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후보 수락연설을 하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의 고향을 찾아 독설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올드포지를 방문해 “바이든은 펜실베이니아의 친구가 아니다. 그는 여러분의 최악의 악몽”이라고 비난했다. 올드포지는 바이든 전 부통령의 고향으로 그의 생가가 있는 스크랜턴 바로 옆에 위치한 곳이다.
트럼프의 이번 연설은 바이든 전 부통령의 민주당 대선후보 수락연설을 불과 몇 시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졌다. 대선후보 수락연설은 지난 17일부터 이어진 민주당 전당대회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공식적 후보 지명절차를 완료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직전 ‘남의 잔칫집 재뿌리기’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은 지난 반세기 동안 워싱턴에서 나라를 팔아먹고, 우리의 일자리를 벗겨먹고, 우리 공장들을 중국으로 보내고, 다른 나라들이 우리의 일자리를 훔치도록 만들면서 시간을 보냈다”며 “이제 와서 표를 구걸하기 위해 돌아오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집권 하의 삶을 상상하고 싶다면 미니애폴리스의 불타는 폐허, 포틀랜드의 격렬한 무정부 상태, 피로 물든 시카고 거리가 미국의 모든 도시와 마을로 퍼지는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BLM)’ 시위가 격렬한 도시들이 민주당이 이끄는 도시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또 이념공세를 펼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바이든은 자신이 스크랜턴에서 태어났다는 점을 우리에게 환기시킬 것”이라며 “그러나 여러분이 알다시피 그는 이미 70년 전에 떠났다. 아주 오래 전에 떠났다”고 말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고향을 버렸다’는 프레임을 덧씌우려는 의도가 깔린 발언이다. 대표적인 경합주(스윙스테이트)인 펜실베이니아의 표심이 바이든에게로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열을 올린 것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스크랜턴에서 태어나 10살까지 이곳에서 산 뒤 델라웨어주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민주당 전당대회 기간인 17~20일 내내 경합주들을 돌며 ‘바이든 때리기’에 몰두했다. 통상 상대 당의 전당대회 기간 동안은 존중의 의미에서 튀는 언행과 공세를 자제하는 미국 정가의 관례다. 하지만 트럼프는 대통령 신분으로 전통을 무시하고 앞장서 무너뜨린 것이다.
바이든 선거캠프는 트럼프의 바이든 고향 방문에 대해 “한심한 선거운동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