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뉴질랜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을 이틀 연속 거론하며 두 나라가 방역에 성공하던 시절이 끝났다고 비아냥거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올드포지에서 한 연설에서 코로나19 대응 방식에 대해 뉴질랜드와 한국의 재확산 사례를 들며 “우리는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자찬했다.
그는 미국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 뒤 “그들은 뉴질랜드에 관해 얘기하지만 뉴질랜드, 끝났다(It's over). 어제 거대한 발병이 있었다”면서 한국에 대해서도 “한국, 끝났다. 어제 큰 발병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방역 모범국가로 불린 두 나라가 재확산을 겪으며 코로나19를 잘 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국의 확진자가 미국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적은 규모임은 간과한 발언으로 보인다. 한국은 20일 기준 288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지만 미국은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집계상 하룻새 4만5000명가량 증가했다. 미국은 확진자와 사망자 수에서 세계 1위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문제도 꺼내들며 자신의 외교 치적을 자랑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이 있었다면 (북한과) 전쟁이 있었을 것이고, 오바마가 더 오래 머물 수 있었다면 전쟁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대선 때 민주당 대선 후보인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당선됐거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유지했을 경우 북한과 전쟁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취지다.
그가 연설한 장소는 대선 경쟁자인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고향으로, 바이든 전 부통령을 비난하면서 북한을 소재로 전임 정권 인사들을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백악관에서 처음 만났을 때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북한에 강한 우려를 표시하며 전쟁을 걱정했다는 일화도 또다시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북한이 우리가 가진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며 “우리는 큰 문제를 가졌을 것이고, 지옥 같은 전쟁을 했을지도 모른다. 여러분은 아마 바로 지금 그 전쟁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어디에 전쟁이 있느냐”면서 “전쟁은 없었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쟁이 났다면) 우리는 2500만~3000만명의 사람을 잃었을 것이다. 그들은 10만명이라고 얘기한다. 모르겠다”면서 “서울은 3200만명의 인구가 있고, 포화의 바로 옆에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서울 인구는 970만명, 수도권 인구는 2600만명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그와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이는 끔찍한 일이 아니라 훌륭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