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연방 검찰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과거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온라인 모금 사기 혐의로 20일(현지시간) 체포해 기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그 (모금) 프로젝트에 대해선 아는 것이 전혀 없다”면서 “나는 매우 오랫동안 그(배넌)와 상대하지 않았다”고 거리두기를 시도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이번 모금 사기 사건을 트럼프 대통령과 연계시키며 정치 쟁점화에 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자신이 공화당 대선 후보 공식 지명되는 공화당 전당대회(8월 24∼27일)를 코앞에 두고 악재가 터져 나온 것이다. 이번 사기 의혹이 75일 남은 미국 대선에 ‘돌발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욕 검찰은 배넌과 다른 3명이 2018년 12월 크라우드펀딩(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자금을 모으는 방식) 모금 사이트인 ‘고펀드미(GoFundMe)’에 ‘우리는 장벽을 세운다’(We Build The Wall)라는 이름의 페이지를 만들어 모금 활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뉴욕 검찰은 이어 이들이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지지하는 기부자들로부터 2500만 달러(297억원) 이상을 모금하면서 “기부한 돈은 100% 장벽 건설에 사용될 것”이라며 이 중 상당수를 빼돌렸다고 설명했다.
기부금 일부를 빼돌리는 과정에는 배넌이 만든 비영리단체가 동원됐다. 배넌은 이 단체를 통해 100만 달러(약 12억원) 이상을 챙긴 뒤 개인적 용도에 사용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배넌과 함께 체포된 공범은 이라크전에서 두 다리와 한 팔을 잃은 공군 예비역 브라이언 콜파지와 벤처 캐피탈리스트인 앤드루 바돌라토, 티모시 셰이다.
기부금을 빼돌린다는 작전을 설계한 것은 배넌이고, 모금 페이지를 개설한 것은 콜파지라고 뉴욕 검찰은 밝혔다.
뉴욕 검찰은 배넌 일당이 빼돌린 돈으로 호화 생활을 누렸다고 밝혔다. 배넌은 이날 7시쯤 코네티컷주 해안의 3500만달러(416억원) 상당의 호화 요트에 있다가 체포됐다.
배넌은 극우성향 매체 ‘브레이트바트’ 설립자로,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선거 캠프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트럼프에 승리를 안긴 트럼프 정권의 설계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맡으며 무슬림 등 일부 국가 국적자의 미국 입국금지, 미·멕시코 장벽 건설 등 극우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과 그의 남편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등과 갈등을 빚으며 2017년 8월 백악관에서 쫓겨났다.
이후 배넌은 유럽 등지에서 극우 포퓰리즘 운동을 지원하고, 미국에선 라디오 방송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탄핵 방어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배넌과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나는 그 (온라인 모금) 프로젝트를 좋아하지 않았다”면서 “내가 느끼기엔 부적절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프로젝트는 과시적인 이유에서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 프로젝트에 관여하지 않았고 반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해 이 모금 행사에서 연설까지 한 정황이 알려지면서 파장은 확산되고 있따. 이에 대해 트럼프 주니어 측은 “1년 전에 한 번 연설한 적이 있지만 이 조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배넌과 가까운 크리스 코박 전 캔자스주 국무장관은 지난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후 이 프로젝트 노력이 이뤄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이 프로젝트를 축복한다. 이를 언론에 말해도 좋다’고 답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즉각적으로 공세에 나섰다. 임스 맥거번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많은 무능한 사기꾼과 거짓말쟁이에게 권력을 줬고 이제 우리는 모두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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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