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車 통상임금 패소 후폭풍… 기업 소송 포기 늘어나나

입력 2020-08-20 18:28
20일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아차 노조원이 통상임금 승소 기자회견 후 피켓을 들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기아차 노조원들이 정기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연합.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이 사실상 노동자 측의 승리로 끝나면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통상임금은 시간외근무수당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업들은 재정 부담을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노사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기업의 포기 사례가 늘어날 거란 예상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20일 “기업들이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 포함 여부를 민감하게 판단하는 이유는 시간외근무수당 책정 때문”이라며 “시간외근무수당은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 주기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법원 판결을 어느 정도 예견했다는 분위기다.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 등 정기적 성격의 임금을 포함해야 한다고 판시했기 때문이다. 실제 그동안 노동자들의 추가 임금 주장을 배척하는 근거였던 ‘경영상의 어려움’은 과거보다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되고 있다.

일각에선 주 52시간 근로제 안착에 도움을 줄 거란 견해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소송이 길어질수록 법원 판결에 따라 기업의 미지급분에 대한 이자 부담도 간과할 수 없다”면서 “결국 기업이 소송을 포기하고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기아차 판결은 다른 기업의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한진중공업, 만도, 두산모트롤, 금호타이어 등 다수 기업에서 현재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하급심 판단이 엇갈렸던 현대중공업의 경우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사건을 심리 중이다. 노동자들이 승소할 경우 현대중공업이 지급해야 할 임금은 약 6300억원으로 예상된다.

재계는 “코로나19 위기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기존 노사간 합의한 임금체계를 준수한 기업에게 추가 시간외수당을 부담하게 하는 판결로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또 “코로나19라는 초유의 국가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기업이 처한 위기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경제정책실장도 “인건비 부담이 급증해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제단체는 통상임금 기준에 대한 노사 합의를 인정하지 않는 점을 아쉬워했다. 산업 현장에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는 다수의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이므로 신의칙 적용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 실장은 “통상임금 논란의 본질이 입법 미비에 있는 만큼 조속히 신의칙 적용 관련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필 허경구 박구인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