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휴게시간’도 근로시간… 노동자 편에 선 김명수코트

입력 2020-08-20 18:26

생산직 노동자에게 10~15분가량 주어지는 휴게시간도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토요일과 같은 단체협약상의 휴일에도 노동자가 일을 했다면 휴일근로수당을 받아야 한다는 판단도 재차 제시됐다. 노동조합의 추가 임금 청구가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한다는 사측의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0일 기아자동차 노동자 3531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기아차 노동자 2만7451명이 2011년 11월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취지로 소송을 낸 지 약 9년 만이다. 한때 사측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 1조원을 넘기도 했지만 원고 대다수는 2심 판결 이후 통상임금 지급이 합의되자 소송을 취하했다. 나머지 3531명에게 지급될 추가 임금은 5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노동계는 대법원이 이번 사건에서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볼 것이고, 회사 측이 경영 부담을 이유로 강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애초 예상하고 있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인천 시영운수 버스기사들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사용자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해 신의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돼야 한다”고 했었다. 이어 지난해 4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소송에서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범위에 포함하며 노동자 측의 손을 들어줬었다.

오히려 노동계가 주목한 것은 10~15분의 짧은 휴게시간이 근무시간으로 인정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대법원은 이 휴게시간을 생산직 노동자가 기본적인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이거나, 작업 중단 및 장비의 정비에 필요한 시간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이 휴게시간은 다음 근로를 위한 대기나 준비인 것이며, 근로시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이었다.

대법원은 또 토요일 근무에 대해 단협 개정 전후와 무관하게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기아차 노사는 2012년 9월 단협을 개정할 때 토요일을 휴일로 규정하고 노동시간 조항 중 토요일 부분을 삭제했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옛 근로기준법상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휴일에 토요일처럼 단협상 휴일로 정한 날의 근로도 포함된다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기아차 노동자들이 소송 절차 중 통상임금 개별 급여항목에 관한 주장을 추가한 것은 사측의 바람과 달리 변수가 되지 못했다. 노동자들은 처음에는 단체상해보험비, 명절선물비 등을 통상임금인지 판단해 달라고 청구했었다. 그러다 2013년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이라는 판단을 내놓자 청구금액을 키웠다. 이에 대해 사측은 소멸시효(3년)를 넘어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동자 측을 대리한 김기덕 법무법인 새날 변호사는 “10~15분 휴게시간의 근무시간 인정, 토요일의 휴일근로수당 지급 판단 등은 매우 의미 있다”며 “다른 사업장들의 사건에서도 이번 대법 판례가 참고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