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통치 스트레스’ 때문…“북한, 김여정이 위임통치”

입력 2020-08-20 17:57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해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비롯한 일부 측근들에게 권한을 상당부분 위임했다고 국가정보원이 20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른바 ‘통치 스트레스’와 정책 실패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차원에서 김 제1부부장에게 위임해 통치를 하고 있다고 국정원은 설명했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김 위원장이 여전히 절대권력을 행사하지만 과거에 비해 조금씩 권한을 이양했다”며 “김 제1부부장이 전반적으로 하고 가장 이양받은 게 많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겸 노동당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가 조금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그러나 이같은 위임 통치가 후계자를 결정하거나 후계자의 통치는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정보위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이 전했다.

김 위원장은 대남 및 대미정책 전반은 김 제1부부장, 경제 분야는 박 부위원장과 김 내각총리, 군사 분야는 최부일 노동당 군사부장, 전략무기 개발 분야는 이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게 권한을 이양했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다만 이런 ‘위임 통치’는 북한식 표현은 아니라고 정보위 여야 간사는 설명했다.

하 의원은 김 위원장의 위임통치 이유에 대해 “첫 번째는 (김 위원장의) 통치 스트레스 경감”이라며 “김 위원장이 9년 동안 통치를 하면서 스트레스가 많이 높아졌고, 이를 줄이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는 정책 실패 시 김 위원장의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차원에서 책임 회피”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또 북한이 올해 최장 기간 장마로 막대한 피해를 봤다고 보고했다. 김 의원은 “집중호우로 인해 강원도와 황해남·북도 등에서 심각한 피해를 봤다고 한다”며 “김정은 집권 이후 최대 피해를 기록한 2016년보다도 농경지 침수피해가 크게 증가했다고 국정원이 설명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지난 10일 황강댐 보조댐 폭파 검토를 했을 정도로 긴박한 상황은 있었지만, 실제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북한은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공식적으로 발생 인원이 없다고 하지만, 국경봉쇄 장기화로 외화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당 핵심기관이 긴축 운용하고 있다는 동향 보고가 있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다가 긴급대응으로 진정 국면으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하 의원은 “북한이 최대비상 방역체제에 돌입해 평양과 황해·강원도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국정원은 이밖에 북한군의 하계 훈련량이 25%~65% 정도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또 영변 5㎿급 원자로는 2018년 이후 가동이 중단된 상태로, 재처리시설 가동 준비 징후도 식별되지 않고 있으며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도 특이동향은 없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북한이 지난해 공개한 로미오급 신형잠수함의 진수 동향도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