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입시비리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SNS 장외전’을 펼치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향해 자중할 것을 권고했다. 20일 열린 정 교수 공판에서는 논란을 빚어온 조 전 장관 딸 조모(29)씨의 ‘제1저자 의학논문’이 대학입시에 활용됐다고 볼 만한 정황이 제시됐다. 조 전 장관은 그간 “입시에 의학논문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이 논문이 포함된 ‘제출서류 목록표’가 정 교수 PC에서 발견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는 이날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의 25차 공판에서 “조 전 장관이 반론을 할 수는 있는데 법정에서 했던 증언에 대해서는 현재 조서도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구체적 내용에 대해 ‘어느 부분이 사실이 아니다’ 주장하는 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 없는 부분이지만 그래도 자중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법정 밖에서 여러 주장을 내놓는 조 전 장관에게 재판부가 일침을 가한 것이다.
앞서 조 전 장관은 지난 17일 SNS를 통해 검찰이 2010학년도 고려대 입학사정관을 맡았던 지모 교수에게 ‘기만적 조사’를 했다며 수사팀 검사에 대한 감찰을 촉구했다. 검사가 마치 고려대 압수수색에서 조씨의 입시 서류를 확보한 것처럼 지 교수를 속여 진술을 유도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날 법정에서 “2009년 9월 15일 새벽 2시쯤 조 전 장관이 제출자료 목록표를 최종 수정했고 여기에 단국대 인턴활동증명서와 논문이 제출된 것으로 표시돼 있다”는 검찰의 의견서가 공개됐다. 입시 서류는 보존기간 5년이 지나 폐기돼 고려대 압수수색에서 발견하지 못했지만, 제출서류를 적은 목록표가 정 교수의 PC에서 나왔고 최종 수정자가 조 전 장관이었다는 것이다. 서류 제출 기한은 하루 뒤인 9월 16일이었다.
이는 조 전 장관이 후보자 시절인 지난해 9월 국회 기자회견에서 “고려대 입시는 어학 중심이었고, 논문을 제출되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7일엔 검찰이 지 교수를 조사한 직후 특정 언론사에 일부러 오보를 흘렸고,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조씨가 고려대에 제출한 자기소개서와 PC에서 발견된 목록표의 내용은 일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자들의 진술, 자료의 형식과 내용, 전후 사정을 고려했을 때 조씨가 대입 과정에서부터 이 논문을 제출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이 논문이 고려대 입시에 제출되면서 고려대 입시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 판단했으나 공소시효가 지나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은 또 조 전 장관이 검사의 실명을 거론하고, 공판조서로 확정되지도 않은 참고인 증거 서류를 SNS에 공개하는 행위 등을 비판했다. 이에 재판부도 조 전 장관에게 자중할 것을 권고했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이미 언론에서 고려대에서 압수해간 목록 같은 표현들을 썼기 때문에 사실이 아님을 밝히고자 하는 의도였다. 일종의 반론 차원”이라고 반박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