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통상임금 노사합의 어디까지…입법 해결해달라”

입력 2020-08-20 17:26 수정 2020-08-20 17:35
기아차 노조가 2019년 항소심 직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상여금은 통상임금'이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계는 정기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의 기아차 판결에 대해 “코로나19 위기를 고려하지 않냐”며 즉각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20일 “기존 노사간 합의한 임금체계를 성실하게 준수한 기업에게 막대한 규모의 추가 시간외수당을 부담하게 하는 판결로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국가 경제 위기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경총은 “코로나19라는 초유의 국가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기업이 막대한 경영·고용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 경제정책실장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가 경제 위기, 자동차산업 구조 변화 등으로 산업경쟁력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번 통상임금 판결로 예측하지 못한 인건비 부담이 급증하여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상임금 기준이 높아지면서 시간 외 수당 등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경제단체는 통상임금 기준에 대한 노사 합의를 인정하지 않는 점을 아쉬워했다. 장정우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기아차는 통상임금과 관련해 사전에 노사 간의 합의가 있었는데 이 부분을 인정하지 않은 점은 산업 현장에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통상임금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 노사 신의칙의 근거로 제시하고, 통상임금 범위 예외를 허용했지만 법원의 판결 기준이 불분명해 업계에는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노사 합의라는 ‘신의칙’과 관련 법원의 기준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다. 한 완성차 관계자는 “판결의 일관성이 깨지면 신뢰가 깨지는 부분이 있고, 이는 곧 경영상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통상임금뿐 아니라 노사 관련 전반적인 이슈가 그렇다”며 “지금도 통상임금 관련해 수많은 판결이 다르게 나오는데 신의칙 기준은 짚고 넘어갈 문제”라고 했다.

재계는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는 기업경영 어려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총은 “다수의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이므로 법원은 향후 통상임금 소송에서 기업의 부담, 고용의 부담, 경쟁력의 부담을 고려해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추 실장은 “통상임금 소송에 따른 기업경영 위축으로 노사 모두가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통상임금 논란의 본질이 입법 미비에 있는 만큼 조속히 신의칙 적용 관련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 소모적인 논쟁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주화 박구인 권민지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