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수난의 시간, 예수님의 기도 되새겨 본다”

입력 2020-08-20 15:24 수정 2020-08-20 16:57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천주교 지도자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더 이상 방역을 악화시키지 않고 코로나를 통제할 수 있도록 종교가 모범이 돼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천주교 신자인 문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기도와 용기를 나눠 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어서 우리 방역이 또 한 번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며 종교계의 협조를 요청했다. 사랑제일교회 등 일부 종교시설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종교계의 적극적인 방역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사랑제일교회 문제는 (신도 명단)파악이 되는대로 빨리 빨리 확산을 막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방역 상황이 더 악화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게 된다면 우리 경제의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고, 또 고용도 무너져 국민들의 삶에서도 큰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며 “한순간의 방심으로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일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으로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거나 무시하는 행동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수난의 시간에 예수님께서 ‘모두가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라고 하셨던 기도 말씀을 되새겨 본다”며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코로나 장기화로 국민들 마음이 매우 지치고, 또 짜증도 나고, 심지어는 아주 분노하는 마음들도 많이 있다”며 “국민들의 힘든 마음을 치유해 주고, 서로의 안전을 위한 연대의 힘이 커지도록 종교 지도자들께서 용기와 기도를 나눠 주시기 바란다”고 부탁했다.

염수정 추기경 “신자들과 함께 기도로 마음을 모으겠다”
참석자를 대표해 인사말을 한 염수정 추기경은 “최근 들어 종교시설에서 감염자가 속출하고, 재유행 조짐에 많이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며 “우리 천주교회는 정부의 지침에 최대한 협조하고, 신자들의 개인위생에 철저하도록 각 본당 신부님들을 통해서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또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코로나19의 희생자들과, 또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위해서 여러 차례 기도해 주셨다”며 “저희 모두도 신자들과 함께 기도로 마음을 모으고,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권고하며 함께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천주교 지도자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간담회에는 염 추기경과 김희중 대주교, 조환길 대주교,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모친 고(故) 강한옥 여사 장례 당시 미사를 집전했던 부산교구장 손삼석 주교에게 “작년에 크게 위로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마무리 기도를 맡은 김희중 대주교는 “코로나19 극복과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솔로몬의 지혜를 주시길”이라고 기도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