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부산 가덕도 인근 해상에서 장보고급 해군 잠수함(1200t급)과 노르웨이 상선이 충돌한 것이 ‘교신 오류’로 인한 사고로 파악됐다. 책임 여부에 따라 우리 해군의 30년 잠수함 무사고 기록이 깨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대식 미래통합당 의원이 20일 해군·해양경찰청·해양안전심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충돌 직전까지 해군 잠수함과 노르웨이 상선 호그런던호 사이에 교신은 없었고, 실제 교신은 호그런던호와 우측에 있던 다른 해군 함정 사이에 이뤄졌다. 당시 해군 함정은 “현 침로(직선 항해) 및 속력을 유지하겠다”고 알렸는데, 호그런던호는 이를 마주오던 잠수함과의 교신으로 오인하고 항로를 바꿨다.
해군 함정과 호그런던호 간 교신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던 해군 잠수함은 갑자기 근거리에서 교신도 없이 호그런던호가 항로를 틀자 이를 급하게 피하기 위해 회피기동을 시도했다. 하지만 꼬리 부분이 다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호그런던호 뱃머리와 충돌했다. 이 충돌로 잠수함은 스크류 4개가 떨어져 나가고 수평타와 음탐기 등이 손상됐다.
해군 관계자는 교신이 없었던 것과 관련해 “충돌 시점이 오후 2시쯤인 낮이라 교신이 굳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인명 피해가 없는 데다 자력으로 귀항했으며 승선 인원들의 현명한 판단으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였다”고 해명했다.
강 의원은 사고 당시 해군 잠수함의 예방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군은 해상수칙만 지키면 괜찮겠다는 안이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충돌 사고 예방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