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정기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의 기아차 판결에 대해 “코로나19 위기를 고려하지 않냐”며 즉각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20일 “오늘 판결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신의칙에 따른 예외 적용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기존 노사간 합의한 임금체계를 성실하게 준수한 기업에게 막대한 규모의 추가 시간외수당을 부담하게 하는 것으로서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통상임금 예외 인정을 위한 노사 신의칙의 판단 근거로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제시하고 통상임금 범위 예외를 허용했지만 이 기준이 불분명해 법원 안팎에서 논란이 큰 상황이다.
경총은 “법원은 통상임금의 신의칙 적용기준을 주로 단기적인 재무제표를 근거로 판단하고 있으나, 이는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전략적으로 경영을 추진해야 하는 기업의 경영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가 경제 위기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경총은 “코로나19라는 초유의 국가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기업이 막대한 경영·고용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기아자동차 노사는 통상임금 소송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에 의견을 같이하고 2019년 통상임금 소송에 대한 합의를 했으나 이 합의에 동의하지 않는 일부 조합원이 소송을 계속했다.
경총은 “다수의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이므로 법원은 향후 통상임금 소송에서 기업의 부담, 고용의 부담, 경쟁력의 부담을 고려해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장정우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통상임금 소송 확대는 결국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노사 모두의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며 “기아차는 통상임금과 관련해 사전에 노사 간의 합의가 있었는데 이 부분을 인정하지 않은 점은 산업 현장에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가경제 위기, 자동차산업 구조 변화 등으로 산업경쟁력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번 통상임금 판결로 예측치 못한 인건비 부담이 급증하여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상임금 기준이 높아지면 시간 외 수당 등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어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는 기업경영 어려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산업계의 혼란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통상임금에 대해 노사간의 합의를 바탕으로 임금이 지급됐고 이를 수용하지 않은 일부 근로자의 소송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정서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추 실장은 “통상임금 소송에 따른 기업경영 위축으로 노사 모두가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통상임금 논란의 본질이 입법 미비에 있는 만큼 조속히 신의칙 적용 관련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여 소모적인 논쟁을 줄여야한다”고 제안했다. 한경연은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기관이다.
강주화 권민지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