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기업 양대 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엔터테인먼트 공룡으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OTT가 자체 플랫폼을 기반으로 승승장구하자 이에 대항하려 정상급 엔터 기획사를 포섭하며 판을 키우고 있다. 스타 플레이어를 직접 영입해 기존의 시장과 차별화하겠는 취지는 같이하면서 네이버는 유통 플랫폼에, 카카오는 자체 콘텐츠에 방점을 찍으며 각자 방식대로 승부수를 던졌다.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는 엔터 사업 강화를 위해 인적 자원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SM엔터테인먼트에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K팝 아이돌을 타깃으로 만들어진 스트리밍 플랫폼인 V라이브의 영향력을 키우려는 행보인데, SM 소속 그룹 슈퍼주니어, 엑소 등 충성도 높은 팬덤을 갖춘 스타들과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이번 투자에 앞서 꾸준히 SM과 협업하며 발판을 다졌다. 지난 4월에는 글로벌 사업 추진 업무협약(MOU)을 맺고 유료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를 선보였다. 슈퍼M, NCT 드림,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이 비욘드 라이브로 팬들과 만났다.
네이버가 거대 소속사와 협약을 맺은 배경으로 지난 4월 방탄소년단(BTS)의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의 성공이 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진행된 대다수 온라인 공연은 V라이브에서 진행됐지만, 정작 네이버가 ‘방방콘’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기획사와 연합의 중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시 ‘방방콘’은 자체 플랫폼 ‘위버스’에서 스트리밍됐다. 약 76만명이 관람하면서 수입은 약 250억원에 육박했다.
카카오도 마찬가지로 인재 영입에 공격적이다. 카카오M을 통해 대규모 인적 자원 인프라를 정비하면서 ‘나의 아저씨’ ‘또 오해영’ 등을 제작한 바람픽쳐스를 인수했고 앞서 ‘미생’, ‘시그널’의 김원석 PD, ‘스토브리그’의 이신화 작가를 포함해 MBC 스타급 PD 등도 대거 영입했다. 글앤그림미디어, 로고스필름 등 드라마·영화 제작사는 물론 공연기획사 쇼노트, 김고은과 박보영이 소속된 BH엔터테인먼트, 공유와 공효진이 있는 숲매니지먼트 등도 합류했다. 김성수 카카오M 대표는 “인재를 모아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의 영업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네이버는 국내서 독보적인 자체 플랫폼에 기술력 강화한 콘텐츠 유통업을 택했다. 경쟁력은 V라이브와 ‘팬십’(Fanship)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수급한 양질의 콘텐츠를 V라이브에 매개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면서 SM이 운영하던 팬클럽 서비스 ‘리슨(lysn)’은 V라이브 산하 팬십으로 이관해 영향력을 넓힐 계획이다. 팬십이란 네이버가 지난해 선보인 스타가 팬을 위한 멤버십을 직접 설계하는 새로운 플랫폼이다.
물론 네이버도 네이버웹툰의 오리지널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콘텐츠 제작을 병행하긴 하지만, 이보다는 확보한 콘텐츠의 유통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고도화된 스트리밍 및 커뮤니티 플랫폼 기술로 비대면 디지털 공연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카카오M은 제작부터 유통까지 아우르는 종합콘텐츠 기업을 표방한다. 카카오M은 1978년 서울음반에서 출발해 카카오에 합병된 후 신규 법인으로 출범하면서 종합엔터테인먼트로 거듭났다. 최근 카카오M은 미디어데이를 열고 2023년까지 연간 15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하겠다고 선포했다.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M만의 자체 콘텐츠 제작을 위한 포석을 깔고 새로운 영상 플랫폼을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몸집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매니지먼트부터 콘텐츠 제작·공급, 부가가치 창출까지 아우를 수 있는 패키징 서비스가 콘텐츠 산업의 근간”이라고 말했다. 대형 기획사와 카카오웹툰 등 IP까지 확보한 카카오M이 새로운 영상 플랫폼을 통해 경쟁력 있는 자체 콘텐츠를 선보인다면 향후 방송사나 넷플릭스 등 OTT로 구성된 지금의 콘텐츠 시장에 대규모 지각변동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합류로 엔터 지형도도 바뀔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대형 기획사가 산업 대부분을 점유했다면 이제는 새로운 시장을 선점한 중소규모 기획사에도 영향력을 축적할 기반이 생기면서 업계 경쟁이 다각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