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반등했는데…인천 ‘주포’ 무고사 강제 차출 위기

입력 2020-08-20 10:39 수정 2020-08-20 15:17
인천 유나이티드 공격수 무고사가 지난달 4일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경기 중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울산 현대를 상대로 골을 넣은 뒤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 주말 올 시즌 첫 승리를 따내며 반등의 시동을 건 인천 유나이티드가 홀로 곤경에 빠졌다. 공격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포 무고사(28)가 강제로 다음달 한 달을 ‘개점휴업’ 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이면서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무고사의 고국인 몬테네그로 축구협회가 지난 14일 공문을 보내 다음달 진행될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국가대표팀에 차출됐음을 알려왔다고 20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몬테네그로 축구협회가 30일까지는 현지에 입국해달라고 통지해왔다”면서 “구단 측에서 지난 18일 공문을 보내 가급적 차출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무고사는 몬테네그로 대표팀에서도 A매치 35경기 10골로 역대 득점 3위에 올라있는 핵심선수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다음달 초 잡혀있던 A매치 기간 일정을 취소했다. FIFA는 지난 19일 보도자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창궐을 이유로 “8월 31일부터 9월 8일까지의 A매치 기간을 2022년 1월 24일부터 2월 1일로 옮긴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역시 다음달 4일과 8일 두 차례 예정했던 성인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 간 경기 일정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K리그 구단들도 대부분 대표팀 경기에 선수를 내줄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나 FIFA의 A매치 기간 취소대상에서 유럽은 제외되어 있다. 유럽 역시 타 대륙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있으나 FIFA는 제외 이유를 따로 밝히지는 않았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FIFA가 각 대륙 축구연맹의 입장을 반영해 판단한 듯하다”라고 설명했다. FIFA 규정상 구단은 선수가 부상을 당하지 않은 이상 A매치 기간 대표팀 차출을 거부할 수 없다. 유럽의 경우 시즌이 대부분 끝난 데 비해 K리그는 10월 재개 예정인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이후에도 일정이 이어져 12월까지 리그를 진행할 게 유력하다.

몬테네그로 축구협회가 무고사의 차출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무고사는 A매치를 위해 출국한 뒤 현지시간으로 다음달 5일 키프로스전과 다음달 8일 룩셈부르크전을 치른다. 인천은 무고사가 현지에 도착해야 하는 30일 이전에 22일과 26일, 29일까지 3경기를 앞두고 있다. 강등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무고사가 29일 경기까지 모두 소화하고 나서 출국할 가능성도 있다.

29일까지 최대한 인천에서 경기를 치른다고 해도 무고사는 귀국 뒤 2주간 자가격리를 거치면서 최소 다음달 예정된 파이널 라운드 직전 3경기를 결장해야 한다. 다음달 A매치 기간 취소로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일정을 조정하면서 다음달 중 1경기가 추가된다면 결장 경기는 최소 4경기로 늘어난다. 연맹 관계자는 “일정 조정에 당연히 각 구단 의견을 청취하겠지만 인천 한 구단의 사정만 반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고사는 올 시즌 팀과 함께 다소 부진했으나 최근 경기력을 다시 살려내면서 득점포를 가동하고 있다. 현재 4골로 팀내 득점 선두다. 인천이 지난 16일 대구 FC를 상대로 시즌 첫 승을 거둘 당시에도 무고사는 그림같은 결승골로 공을 세웠다. 이 경기로 1부 잔류의 희망을 되살린 인천 구단으로서는 무고사의 차출이 치명적이다. 만에 하나 다음달까지 K리그가 정규 22라운드를 치른 뒤 코로나19 상황 악화로 이후 파이널 라운드를 치르지 못한 채 조기종료 된다면 인천은 강등을 피할 수 없다.

같은 상황에 놓인 건 K리그2 제주 유나이티드의 키프로스 대표팀 수비수 발렌티노스(30) 역시 마찬가지다. 제주 구단 관계자는 “최근 키프로스 축구협회로부터 소집 요청 공문이 왔다”면서 “이달 말 출국 예정”이라고 말했다. 발렌티노스는 키프로스 국가대표로 2011년부터 16경기에 출장해 1골을 기록 중이다. 발렌티노스 역시 국내 귀국 뒤에는 2주간 격리를 거쳐야 한다. 다만 발렌티노스는 무고사와는 달리 현재 제주에서 주전을 차지하지는 못하고 있는 터라 팀 전력에 타격은 심하지 않을 전망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