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관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한 뉴질랜드 남성 W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공정하고 정당한 절차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19일 조선일보는 뉴질랜드 소식통을 인용해 W씨가 이날 오전 법률 대리인을 통해 문 대통령을 수신인으로 하는 서한을 청와대 공식 이메일로 보냈다고 보도했다.
W씨는 자신을 한국 외교관 A씨의 피해자라고 소개하며 “한국 외교부는 이번 성추행 사건 처리 과정에서 자신에게 조력자(변호사) 입회하에 조사관에게 발언할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W씨는 이번 사건을 독립된 기관이 제대로 다시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이번에는 피해 상황을 조사관에게 증언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교부와 재합의 시도를 했지만 일절 응답도 하지 않고 거절했다”며 “(이번 사건으로) 받은 고통, 모욕감, 인간 존엄성의 상실감에 대해 알아달라”고 말했다.
한국 외교관 A씨는 2017년 주뉴질랜드대사관에서 근무할 때 현지 직원인 W씨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뉴질랜드 사법 당국의 조사가 시작되기 전 임기 만료로 2018년 2월 뉴질랜드를 떠났다.
이후 외교부는 자체 감사를 통해 A씨에 대해 ‘감봉 1개월’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피해자 W씨가 뉴질랜드 경찰에 신고함에 따라 현지 사법 당국은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하고 한국 정부에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뉴질랜드 정부의 협조 요청에도 ‘외교관 면책 특권’ 등을 이유로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고, 급기야 재신다 아던 총리가 지난달 28일 정상 통화에서 문 대통령에게 이번 사건과 관련해 문제 제기를 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문 대통령은 아던 총리에게 “관계 부처가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외교부는 뉴질랜드가 형사사법공조조약과 범죄인인도조약 등 양국 간 공식적인 사법절차에 따라 수사 협조를 요청하면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뉴질랜드는 아직 관련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