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한 민주당 전당대회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반(反) 트럼프’만 있고, 새로운 미국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바이든 전 부통령이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0일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내놓을 청사진에 이번 전당대회의 성패가 달렸다.
나흘 동안 진행되는 민주당 전당대회는 현재 전반부가 막을 내렸다. 17∼18일 행사는 진행됐고, 19∼20일 일정이 남았다.
WP는 민주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전당대회 전반전에 대해 혹평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등이 인상 깊은 연설을 했으나 노동·교육·보건 등 중요한 이슈들은 소홀히 다뤄졌다는 것이다.
조지아주에 사는 은퇴한 범죄학자 크리스틴 존스는 이틀 동안 진행된 민주당 전당대회에 대해 “매우 실망스러웠다”면서 “잡지에 나오는 인물 스토리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을 등장시키는 일은 쉽다”면서 “그러나 노동계층을 위해 무엇을 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존스는 이어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에 투표했다”면서 “올해 대선 날에는 아마도 집에 있을 것 같다. 또 다른 ‘친(親) 기업 민주당 후보(바이든)를 위해 투표를 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진영이 의료보험이나 교육 등 이슈에 대한 개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비판도 제기됐다. 자영업자이면서 평생 민주당 활동가였던 제시카 웨인가르텐은 민주당 지도부를 ‘특권을 가진 좌파 진보 세력’에 비유했다. 웨인가르텐은 “이번 선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피해로 집을 잃어 차에서 사는 사람들과 학교, 보건 문제에 대한 선거”라고 주장했다.
고등학교 교사인 데이비드 시나이코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리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다시 연설한 것은 실망스러웠다”면서 “과도한 불평등을 야기했던 클린턴 부부의 경제정책은 젊은 층이 기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진영이 의지하는 ‘반(反) 트럼프 전략’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오리건주에 사는 안드리아 핵은 “반(反) 트럼프 메시지는 중도 우파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어떻게 그들의 지지를 얻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전략 부재를 꼬집은 것이다.
WP는 민주당 지지층이 트럼프 대통령을 물리쳐야 한다는 대의에는 단결된 상태지만 대선 전략과 미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선 분열이 감지된다고 전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바이든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정권 교체를 위해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지지층도 많다. 그러나 바이든이 개혁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투표를 고민하는 지지층이 존재하는 것이 민주당의 고민이다.
WP는 그러면서 민주당이 이번 전당대회 전반부를 통해 미국인들에게 희망과 의지를 심어주는 데에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전당대회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모든 행사가 온라인으로 진행된 점도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