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 정책으로 갈등을 겪고 있던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첫 대화에 나섰지만 강대 강 대치로 의료공백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 사태가 심각해지자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던 의협과 보건복지부가 대화를 통한 접점 마련에 나섰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보건복지부와 의협은 19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의·정 간담회를 가졌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간담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의대정원 확대를 놓고) 구체적인 방법을 강구하는 부분에서 상당한 의견 격차가 있었다”며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하자 했고, 의료계에선 모든 정책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의협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날 대화는 코로나19 재유행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양측의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성사됐다. 지난 14일 이미 한 차례 총파업을 단행했던 의협은 앞서 복지부의 협의체 구성 제안도 거부하고 오는 26~28일 2차 파업도 예고했지만 지난 18일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한 만큼 정부가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에 나서길 기대한다”며 복지부에 긴급 간담회를 제안했다. 복지부가 이를 곧바로 수용하면서 제안 하루 만에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3일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의대 정원을 2022학년도부터 매년 최대 400명씩 늘려 향후 10년간 4000명의 의사를 충원하고 이 중 3000명을 지방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지역의사로 육성하고 나머지는 특수 전문 분야와 의·과학 분야 인력으로 양성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의협을 포함한 의료계 단체들은 집단휴진을 강행하며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 적극 반발해왔다.
이날 간담회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당분간 의료공백이 이어질 전망이다. 의협은 물론 대한전공의협의회도 파업 강행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먼저 대화를 제안한 의협으로서 장기파업은 부담스러운 선택지다. 코로나19로 국가 위기인 상황에서 의료인이 국민 건강을 내팽겨친다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시선에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의협의 반발이 밥그릇 다툼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부담이다.
의협은 코로나19 비상 시국인 것은 이해하나 정부가 정책 추진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것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의사들은 코로나19 환자를 최선을 다해서 치료하고 그보다 더 많은 비코로나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의료계와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첩약급여화를 추진해 젊은 의사들과 전공의, 예비의사들이 거리로 나가는 일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일방 정책 추진은 더 이상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초유 사태를 일으킨 정책들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