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뉴질랜드 현지 남성 직원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한국인 외교관 A씨를 비호하는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야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황규환 미래통합당 부대변인은 19일 논평을 통해 “정부 여당의 일이라면 그 어떤 허물이라도 감싸기에 급급한 민주당이 이제는 성추행 사건에서조차 ‘가해자 중심주의’를 내세우고 있다”며 “피해자에 상처를 준 외교관을 질타하고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한 외교부에 목소리를 높여야 할 국회 외통위원장이 외려 여당 소속이라는 이유로 막무가내 논리를 앞세워 피해자에 상처를 주면서까지 정부 감싸기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황 부대변인은 “성폭력 문제는 이성간, 동성간을 막론하고 벌어지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대체 어느 누가 친하다고 배를 치고, 엉덩이를 친단 말인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질책했다.
이어 “성폭력 사건을 대하는 여당 국회의원의 왜곡된 인식이 한없이 황당하고, 어떻게든 정부 편을 들어보려는 대한민국 외통위원장의 궤변이 한없이 부끄럽기만 하다”면서 “부적절한 발언을 일삼는 송영길 의원이야 그렇다 쳐도, 행여 송 의원의 발언이 알려져 피해자가 상처를 받고 또 다시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하지는 않을지 부끄럽고 조마조마하기만 하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한심하기 그지없다”며 “송 의원의 무지한 말 자체가 오버라는 것을 정녕 모르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상대가 이성이든 동성이든 성추행은 말 그대로 성추행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 대변인은 “문화적 차이를 운운한 그 자체가 성추행을 옹호한 행동이며, 성폭력에 무감각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며 “피해자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 만큼 한국 정부는 성추행 혐의에 대해 적극 협조해야 함을 다시 한 번 밝힌다”고 강조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명예교수도 일침을 가했다. 진 전 교수는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 링크를 공유하며 “의원이 이런 인식을 가졌으니 민주당에서 성추행 사건이 줄줄이 일어나는 것이다. 괜히 ‘더듬어만지당’이겠느냐”고 일갈했다.
앞서 송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문화의 차이도 있다고 본다. 뉴질랜드는 동성애에 상당히 개방적”이라며 “가해자로 알려진 영사와 피해자는 친한 사이였다. 같은 남자끼리 배도 한 번씩 툭툭 치고, 엉덩이도 치고 했다고 주장하는 사이”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피해자는 여성이 아닌) 키가 180㎝, 덩치가 저 만한 남성 직원”이라며 “그 남성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수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외교관의 신병을 인도하라는 뉴질랜드 정부의 요구에 대해서는 “오버라고 보인다”고 언급했다.
A씨는 2017년 말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으로 근무할 당시 뉴질랜드 국적 남성 직원의 엉덩이를 움켜쥐거나 사타구니·가슴 부위 등을 만졌다는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농담을 하면서 한두 번 정도 그의 배 부위를 두드린 적은 있다”며 구체적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사건 해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정황이 알려지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달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 문제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국가 정상 간의 통화에서 성범죄 문제가 언급된 건 초유의 ‘국제 망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