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두둔’ 송영길에… 진중권 “이래서 더듬어만지당”

입력 2020-08-19 17:42
한국인 외교관 성추행 혐의에 대해 심층 보도한 뉴질랜드 방송(왼쪽 사진)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 뉴스허브 캡처, 뉴시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뉴질랜드 현지 남성 직원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한국인 외교관 A씨를 비호하는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야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황규환 미래통합당 부대변인은 19일 논평을 통해 “정부 여당의 일이라면 그 어떤 허물이라도 감싸기에 급급한 민주당이 이제는 성추행 사건에서조차 ‘가해자 중심주의’를 내세우고 있다”며 “피해자에 상처를 준 외교관을 질타하고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한 외교부에 목소리를 높여야 할 국회 외통위원장이 외려 여당 소속이라는 이유로 막무가내 논리를 앞세워 피해자에 상처를 주면서까지 정부 감싸기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황 부대변인은 “성폭력 문제는 이성간, 동성간을 막론하고 벌어지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대체 어느 누가 친하다고 배를 치고, 엉덩이를 친단 말인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질책했다.

이어 “성폭력 사건을 대하는 여당 국회의원의 왜곡된 인식이 한없이 황당하고, 어떻게든 정부 편을 들어보려는 대한민국 외통위원장의 궤변이 한없이 부끄럽기만 하다”면서 “부적절한 발언을 일삼는 송영길 의원이야 그렇다 쳐도, 행여 송 의원의 발언이 알려져 피해자가 상처를 받고 또 다시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하지는 않을지 부끄럽고 조마조마하기만 하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한심하기 그지없다”며 “송 의원의 무지한 말 자체가 오버라는 것을 정녕 모르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상대가 이성이든 동성이든 성추행은 말 그대로 성추행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 대변인은 “문화적 차이를 운운한 그 자체가 성추행을 옹호한 행동이며, 성폭력에 무감각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며 “피해자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 만큼 한국 정부는 성추행 혐의에 대해 적극 협조해야 함을 다시 한 번 밝힌다”고 강조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명예교수도 일침을 가했다. 진 전 교수는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 링크를 공유하며 “의원이 이런 인식을 가졌으니 민주당에서 성추행 사건이 줄줄이 일어나는 것이다. 괜히 ‘더듬어만지당’이겠느냐”고 일갈했다.

앞서 송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문화의 차이도 있다고 본다. 뉴질랜드는 동성애에 상당히 개방적”이라며 “가해자로 알려진 영사와 피해자는 친한 사이였다. 같은 남자끼리 배도 한 번씩 툭툭 치고, 엉덩이도 치고 했다고 주장하는 사이”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피해자는 여성이 아닌) 키가 180㎝, 덩치가 저 만한 남성 직원”이라며 “그 남성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수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외교관의 신병을 인도하라는 뉴질랜드 정부의 요구에 대해서는 “오버라고 보인다”고 언급했다.

A씨는 2017년 말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으로 근무할 당시 뉴질랜드 국적 남성 직원의 엉덩이를 움켜쥐거나 사타구니·가슴 부위 등을 만졌다는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농담을 하면서 한두 번 정도 그의 배 부위를 두드린 적은 있다”며 구체적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사건 해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정황이 알려지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달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 문제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국가 정상 간의 통화에서 성범죄 문제가 언급된 건 초유의 ‘국제 망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