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가 다시 휑해졌다.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되자 네이버·카카오 등 ICT기업들과 더불어 게임사들이 재택 근무로 전환하면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 곳곳에서 확진자가 무더기 발생하면서 대부분 게임사들이 임직원 건강 보호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취지로 재택 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다. 부서별 업무 특성에 따라 제한적 재택 근무를 시행하거나 요일별 출근하는 순환 근무제를 채택하고 있다. 일과 시간에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코어타임(10~16시)’도 해제하는 추세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증가한 지난 18일에는 긴급 임시 휴무를 선언한 곳도 있었다.
판교에 넓직하게 터를 잡고 있는 넥슨은 지난 18일부터 ‘3+2 근무제’를 시행한다고 직원들에게 공지했다. 주5일 근무를 기준으로 3일 출근, 2일 재택 근무 하는 방식이다. 넥슨은 지난 4월13일 이 근무제를 도입했다가 4달여 만인 지난 7일 종료했다. 10여일 만에 재택 근무를 재시행한 셈이다.
마찬가지로 판교에 사옥이 있는 엔씨소프트는 주 1~2회 재택 근무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순환 재택 근무제를 도입했다. 또한 출퇴근 시간 혼잡도 및 근무 밀도 완화를 위해 ‘코어타임’을 폐지한 자율 출퇴근제를 시행 중이다. 추후 상황을 고려해 재택 근무를 연장할 지 결정할 예정이다.
구로동 소재 넷마블은 이달 말까지 ‘주 3일 출근-2일 재택 근무’ 체제를 가동한다. 넷마블은 지난 2월27일 재택 근무를 도입하고 4월20일부터 주3일 출근제를 시행하다가 5월11일 정상 출근제로 복귀했다. 약 3달여 만에 선택적 재택 근무를 다시 시행하게 된 것이다. 넷마블측은 “감염병 확산 방지 및 임직원 건강 보호를 위한 조치”라면서 “향후 대응은 코로나19 TF(태스크포스)를 통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게임사 크래프톤과 자회사 펍지주식회사는 지난 18일 긴급 휴무일로 전환하고 이번주 전사 재택 근무를 진행한다. 위메이드는 근무 방식을 레드·옐로우·그린 3단계로 나눈 ‘시프트 근무제’를 운영 중이다. 근래엔 옐로우 단계를 발효해 부분적 재택 근무 중이다.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펄어비스는 업무특성을 고려한 재택 근무제를 도입해 사무실 근무 인력을 최소화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그룹의 경우 각 법인별 상황에 맞춰 순환 재택 근무를 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모회사인 카카오의 방침에 맞춰 전 직원 대상 원격근무를 권장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이달 전직원 재택 근무를 강력 권고하고, 추후 근태는 상황에 맞춰 결정할 예정이다. 컴투스는 내달 2일까지 전사 50% 수준의 재택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웹젠은 이번주 전사 재택 근무를 시행한다. 이후엔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일정을 조정할 예정이다. 업무상 부득이하게 출근이 필요할 경우 보고를 요하고 있다. 모든 직원은 매일 ‘건강상태 자가진단’ 설문을 작성하도록 했다. NHN은 이달 재택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월·목요일을 ‘협업 데이’로 지정해 유연하게 출퇴근하도록 했다.
게임사들은 임산부, 기저질환자 등 감염병에 취약한 직원은 재택 근무만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아울러 사옥 출입구에 열화상 카메라와 전신 소독기를 운영하고 공용 공간을 수시로 방역하는 등 철저한 방역 조치를 취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과 달리 게임 개발사들은 비교적 출퇴근이 자유로운 편이다”면서 “근래 화상 회의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이 워낙 잘 구축되어있다. 일부 게임사들의 경우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근태 메커니즘 자체를 조절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효율을 극대화하는 새 근무 패턴이 각광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