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외교 총지휘 양제츠, 부산으로 온다…시진핑 방한 조율

입력 2020-08-19 17:34

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21일부터 22일까지 방한한다고 청와대가 19일 공식 발표했다. 양 정치국원의 방한은 코로나19 이후 중국 측 고위급 인사의 첫 번째 방한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한 한·중 협력, 미국과 중국의 갈등 등 현안이 산적해 있어 문재인정부 외교도 중대 분기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양 위원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초청으로 오는 21일부터 22일까지 부산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서 실장은 양 위원과 22일 회담에 이어 한·중 코로나 대응 협력, 고위급 교류 등 양자 관계 한반도 및 국제관계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 교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 정치국원의 방한은 2018년 7월 비공개 방한 이후 2년여 만이다. 서 실장이 국가안보실장 취임 후 양 정치국원을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 정치국원은 문 대통령을 따로 예방하지는 않는다.

중국 고위급 인사의 공식 방한 목적지가 청와대와 외교부가 있는 서울이 아닌 부산인 점은 이례적이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것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방한 장소는 중국이 일정 및 희망 사항을 고려해 양국 협의를 고려해 부산 개최로 결정했다”며 “국내 코로나19 확산문제가 회담 장소 결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했다.

양 정치국원은 2018년 3월 공식 방한 때는 청와대를 방문해 문 대통령을 예방했다. 하지만 같은 해 7월 비공개 방한 때는 부산에서 당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담에서는 시진핑 주석 방한,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시진핑 주석의 방한 문제가 핵심 의제로 거론된다. 시 주석의 방한은 올해 상반기가 유력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미뤄진 상태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 주석 방한 문제도 주요 의제 중 하나”라며 “그간 양국은 시 주석의 방한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적절한 시기에 성사될 수 있도록 협의해 왔다”고 말했다. 양 정치국원의 방한을 통해 시 주석의 방한이 성사되면 코로나19로 협력해온 한·중 관계가 더 진전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지난 2월과 5월 두 차례 정상통화를 나눈 바 있다. 지난 5월 13일 통화에서도 시 주석은 “금년 중 방한하는 데 대해 굳은 의지는 변하지 않았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한중 관계에 있어 시 주석님의 방한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화답한 바 있다

청와대는 한·중 양국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소통을 이어간 가운데 양 정치국원이 방한이 성사됐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달 초에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이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경제공동위원회에 참석한 바 있다.

다만 양 정치국원의 방한이 한국 정부에 외교적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중국 외교를 총지휘하는 양 정치국원이 방한하기 때문이다. 외교가에서는 양 정치국원이 무역, 홍콩보안법 등 현안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한국에 중립이나 지지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