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 5·18 묘역을 찾아 무릎을 꿇고 사죄한 데 대해 여야 의원들이 대비되는 반응을 내놓았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김 위원장의 사과에 대해 “할 일을 했다”고 평가했다.
통합당 장제원 의원은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역사바로세우기’를 통해 계승하고자 했던 5·18 정신이 그동안 당의 몇몇 인사들에 의해 훼손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에 당을 대표하는 분이 현지로 내려가 공식으로 사과하고 5·18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라고 밝혔다.
그는 “통합당이 5·18 정신을 말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정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땅에 다시는 국가 권력이 국민을 짓밟는 일이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조수진 의원 역시 “역시 김종인답다고 생각했다”며 “80이 넘은 노정객이 무릎을 꿇는데 백 마디 말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라고 극찬했다.
조 의원은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 게토 지구에 세워진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은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가 떠올랐다”면서 “잘못된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은 ‘국민 대통합’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역사와의 화해가 시작됐다”며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국민통합’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 가슴이 뛴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은 “전두환 부역자의 진정성 없는 사과”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온갖 누릴 것은 다 누리고 이제 와 무슨 신파극”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김 위원장은 광주학살의 비극의 씨앗이었던 전두환의 국보위에 참여한 인물이다. 전두환 부역자인 셈”이라며 “그가 진정 자신의 잘못을 알았다면 전두환의 민정당과 노태우 정권에 몸을 담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참회는 ‘전두환 국보위 참여는 잘못했다. 하지만 저는 전두환의 후신인 통합당이 정권을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광주 영령들의 소망과는 반대로 가겠다고 다짐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그가 민주당 비대위원장일 때도 국보위 전력에 사과한 적이 있다. 그때 사과는 거짓이었나. 이 당 저 당에 옮겨 다니며 하는 사과는 다른 색깔의 사과인가?”라며 “당신의 표 구걸 신파극이 적어도 광주시민들에게는 안 통할 것이다. 당신은 빌리 브란트가 아니고 김종인이니까”라고 적었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 역시 “입은 닫은 채 무릎만 꿇는다면 그게 반성이냐”며 “미래를 향한 다짐, 실천 없는 무릎 꿇기는 쇼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빌리 브란트 총리는 무릎만 꿇은 게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 국가로서의 통렬한 반성과 단절이 있었고 세계 평화와 자유 증진을 향한 실천이 함께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5·18 역사왜곡처벌법을 제정하고, 5·18 정신을 헌법에 반영할 것이냐. 5·18 망언으로 깊게 베인 광주시민들의 상처는 보이지 않느냐”면서 “국회 발의된 5·18 관련 법안에 대해 ‘국회에서 양당 간 협의가 이뤄질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협조하겠다’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성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