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장사 중단하라” 여성들이 네이버웹툰 본사에서 외친 말

입력 2020-08-19 17:23
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 성수현 대표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기본소득당 제공

여성단체들이 경기도 판교에 있는 네이버웹툰 본사 앞에서 “기안84와 네이버웹툰은 혐오 장사를 중단하라”고 외쳤다. 기자회견 이후 이들은 네이버 이용자 1167명의 서명서와 요구안을 네이버웹툰 본사에 제출했다. 네이버는 지금까지 웹툰 관련 논란이 일 때마다 창작자 표현의 자유를 앞세웠다. 하지만 사회적 비판이 어느 때보다 거세고, 1167명의 네이버 사용자도 규탄에 나서자 네이버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 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위티’,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 등 여성단체들은 19일 오후 2시 기안84의 ‘복학왕’ 연재 중단과 여성혐오·소수자 모욕적 내용을 담은 연재물에 불이익 조치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들은 네이버웹툰의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하면서 “웹툰 속 여성혐오, 소수자 혐오 논란 뒤에는 구조적으로 이를 방관했던 네이버웹툰이 있었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묵인되고 방조됐던 혐오할 자유를 더 용납할 수 없다”고 소리쳤다.

여성단체들이 네이버웹툰에 요구안을 전달하는 모습. 기본소득당 제공

또 “지난해 기준 네이버웹툰 이용률은 한국 포털 사이트 중 1위이고 주요 웹툰 작가들이 공중파에 출연할 정도로 막강한 사회적 영향력을 보인다”며 “그러나 네이버웹툰은 단 한 번도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 네이버 웹툰 이용약관에는 여성 성차별과 소수자 비하 제재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네이버웹툰의 의무로는 여성혐오와 소수자 비하를 금지한다는 말 대신 ‘미풍양속에 반하는 행위’만이 쓰여 있다”며 “청소년 보호정책도 마찬가지였다. 청소년 보호를 외치지만 정작 네이버가 유일하게 한 것은 웹툰에 19금 딱지를 붙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네이버 이용자 1167명의 ID를 적은 서명서와 요구안을 네이버웹툰 본사에 제출했다.

이번 논란은 기안84가 지난 11일 네이버웹툰을 통해 공개한 ‘복학왕’ 304화 광어인간 2화에서 시작됐다. 취업준비생인 20대 여성 봉지은은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학벌, 스펙 그런 레벨의 것이 아닌”이라고 말하며 조개를 배에 올린 뒤 깨부순다. 이후 남성 팀장은 봉지은을 인턴으로 채용하고 “뭐 그렇게 됐어. 내가 나이가 40인데 아직 장가도 못 갔잖아”라고 말했다. 이때 남자 주인공은 “잤어요?”라고 되묻는다. 독자들은 봉지은이 남성 팀장과 성관계 후 채용됐다는 사실을 암시한 것 아니냐며 기안84의 여성관을 지적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여성이 성관계를 통해 승진할 수 있다는 내용의 웹툰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왜곡된 시선으로 퍼트리고 있다”며 “기안84는 이번 논란 외에도 여성혐오, 청각 장애인 비하, 이주노동자 차별, 지방 대학 비하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네이버 웹툰은 어떠한 시정 조치도 진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