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무릎꿇고 눈물흘린 김종인 “너무 늦었다”…과거와 결별선언

입력 2020-08-19 17:12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당 관계자들과 함께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광주를 찾아 “부끄럽고 부끄럽고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너무 늦게 찾아왔다”며 무릎 꿇고 눈물을 흘리며 사죄했다. 김 위원장의 눈물 사죄는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한 통합당 과거와의 완전한 결별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해석된다. 또 2022년 대선을 위한 서진 전략이자 중도층 외연 확대를 위한 포석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 추모탑에 헌화하고 15초가량 무릎 꿇고 묵념했다. 보수계열 정당 대표가 추모탑 앞에서 무릎을 꿇은 것은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광주에서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그것을 부정하고 5월 정신을 훼손하는 일부 사람의 어긋난 발언과 행동에 저희 당이 엄중한 회초리를 들지 못했다”며 “그동안 잘못된 언행에 당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진실한 사죄를 드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당시 김순례·이종명·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5·18 유공자는 괴물집단” “5·18 폭동” 등의 망언을 했다. 황교안 대표 체제는 이들에게 솜방망이 징계만 내리면서 호남과 중도층이 완전히 등을 돌렸다. 이런 막말을 포함해 과거 보수정당 발로 나왔던 5·18 폄훼 망언들을 김 위원장이 사과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또 “역사적 화해는 가해자의 통렬한 반성과 고백을 통해 이상적으로 완성될 수 있다”면서도 “권력자의 진심 어린 성찰을 마냥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제가 대표해 이렇게 무릎을 꿇는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사과를 하면서 감정이 북받친 듯 손을 떨고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전두환 신군부가 설치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활동 전력도 사과했다.

80대인 김 위원장이 직접 광주를 찾아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린 것은 통합당 쇄신의 일환이다. 변모한 통합당의 모습을 보여주고 호남에 적극 구애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 취임 후 마련된 통합당의 새 정강·정책 초안에는 ‘5·18 민주화운동 정신 계승’도 담겼다. 김 위원장은 이날 5·18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와 간담회도 가졌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 방명록을 쓰고 있다. 그는 방명록에 '5·18민주화정신을 받들어 민주주의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5·18 유공자 연금 지급에 대한 당 일각의 반발에 대해 “당내 반대의견은 토론과 설득 과정을 통해서 조율할 수 있다”며 “토의 과정을 통해서 충분히 해소될 문제”라고 일축했다. 통합당은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 예우 강화 법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호남 출신 대선 후보나 서울시장 후보를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다음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지역과 관계없이 당선 가능성 있는 가장 유능한 인물을 선정할 생각”이라며 “호남사람이건 충청사람이건 거기에 별로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이 주도 중인 과거와의 결별은 2022년 대선 승리를 위해 적극적 ‘서진 전략’으로 호남 표심을 잡아야 한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지난 4·15 총선 패배로 사실상 영남 정당으로 고립된 통합당 입장에서는 영남 외 지역의 지지 확대도 시급한 과제기 때문이다. 또 기존 보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중도층 외연 확대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김 위원장의 광주 행보는 통합당이 가야 하는 중도의 길과 영남으로 고립된 당 지지세 저변을 넓히는 결단”이라며 “수도권에 거주하는 호남 출신 중도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효과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