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갑해서…” 포복으로 도망친 확진자… 잡은 경찰도 막막

입력 2020-08-19 17:00 수정 2020-08-19 21:18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경찰이 확진자 A씨를 검거하고 있는 모습. A씨는 전날 오전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을 탈출해 25시간 동안 서울 시내를 돌아다녔다. 독자 제공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경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와 경기도의료원을 뛰쳐나온 확진자가 수사선상에 올랐지만 조사도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 광복절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은 오히려 정부가 코로나19 검사를 강제하고 있다며 정부 관계자들을 고발하겠다고 맞섰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19일 창천동 신촌의 한 카페에서 코로나19 확진자인 A씨(55)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 4시간30여분 머무른 뒤 확진 판정을 받은 그는 전날 오전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을 도망쳐 나와 25시간 만에 붙잡혔다. 병원에서 도주할 당시엔 포복 자세로 기면서 병원 관계자들의 눈을 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갑갑해서 병원을 뛰쳐나왔다”면서 “서울에 온 뒤 종로5가의 한 카페에 1시간 정도 있다 11시간 정도는 인근 원불교 교당에 머물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교당 관계자는 “침입 흔적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종로구보건소는 이날 교당에 대한 방역을 진행했다.

경찰은 A씨의 치료가 끝난 뒤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할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는 A씨의 완치 이후 이뤄질 예정”이라면서도 “도주가 계획적이고,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한 점을 감안할 때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목사의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도 비슷한 사정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전 목사 조사 방법은 방역 당국과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면서 “고발장이 최근 접수된 만큼 시간을 두고 수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불안감도 엿보인다. 한 경찰관은 “경찰서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 수사에 투입된 경찰관들은 조사할 때도 감염의 공포를 느낄 것”이라면서 “방역 당국과 수사 매뉴얼을 만들지 않으면 사법절차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집회에서 질서유지를 담당했던 경찰 관계자 등이 19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에 차려진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기위해 대기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광복절 집회 참가자 측은 코로나19 검사를 강요하지 말라고 했다. 815집회참가자 국민비상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 참가자들이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증거도 없이 검사를 강제하는 것은 국민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 서정협 서울시장 직무대행을 고발할 계획이다.

경찰청은 집회에 투입됐던 경력 7600여명 전원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검사가 끝난 이들부터 향후 순차적으로 현장에 투입할 방침이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