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제일교회 전파’ 신천지보다 무서운 3가지 이유

입력 2020-08-19 16:43 수정 2020-08-19 17:36
지난 18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9일 낮 12시 기준 623명으로 늘었다. 확진자의 직장, 의료기관, 요양시설, 다른 교회까지 추가전파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는 양상이다. 방역당국은 현 상황을 지난 2∼3월 대구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관련 집단감염 때보다 더 큰 위기로 판단하고 있다.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는 교인이 수백명에 달할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 유형 역시 신천지 집단감염보다 전파력이 높은 것으로 추정돼 말 그대로 ‘중대 기로’에 서 있다는 분석이다.

전국에 퍼진 교인, 불특정 다수 접촉

사랑제일교회 집단감염은 대구·경북 지역에 집중됐던 신천지 유행과 달리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 교회 교인은 서울부터 제주까지 17개 시도에 고루 분포해 있는데, 지난 8일과 15일 서울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하거나 타지역 교회를 방문했다가 지역사회에 바이러스를 전파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623명 중 수도권 지역 거주자는 588명, 비수도권 거주자는 35명이다.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시설은 전날 오후 6시 기준으로 전국 114곳에 달한다. 확진자의 직장과 학교,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 의료기관, 사회복지시설, 종교시설 등이 포함돼 있다. 이중 11곳에서 ‘2차 전파’ 이상의 확진자 50명이 확인됐다.

집회나 교회를 찾은 사람이 불특정 다수인만큼 방역당국은 이들을 추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검사 대상자 중 주소가 확인되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는 사람은 404명으로 집계됐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7월 27일부터 이 교회를 방문한 교인 및 방문자는 증상 유무와 상관없이 신속하게 검사를 받으시고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및 격리조치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거듭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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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유행보다 강해진 GH형 바이러스

수도권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가 전파력이 높은 ‘GH형’ 바이러스로 추정된다는 점도 방역당국을 긴장시키는 요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유전자 염기서열 차이로 인한 아미노산의 변화를 기준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S, V, L, G, GH, GR, 기타 등 총 7개 유형으로 분류한다. 국내에선 지난 5월 초 서울 이태원 클럽발 유행부터 GH그룹에 속하는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지난 3~4월 해외유입 사례가 증가한 것이 GH그룹이 많아진 원인으로 본다.

GH그룹은 신천지 유행 당시 발견됐던 V그룹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6배 이상 높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의 양성률은 17%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권 부본부장은 “이번 주말까지가 1차 기로”라며 “이번 주말까지 확진자 숫자가 늘어나더라도 그 확진자가 사랑제일교회 관련이라면 그나마 추적관리와 차단조치의 성과겠지만 혹시라도 미분류, 타지역 전파, 또한 사랑제일교회와 무관한 전파 규모가 늘어난다면 더 큰 위기로 진행한다는 방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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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환자 다수인데… 느슨해진 경계심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약 40%가 감염병 취약층으로 분류되는 60대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60대 이상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기저질환(지병)을 앓고 있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특히 이들의 경우 치사율이 높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18일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신천지 신도 확진자 중에서 60대 이상은 14.3% 정도였다”며 “사랑제일교회 60대 이상 비율의 3분의 1이기 때문에 지금이 3배 가깝게 많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확진자들의 비협조적인 태도는 방역관리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전북 군산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사랑제일교회에 거주한 모녀가 ‘확진자 접촉자’라는 통보를 받은 이틀 뒤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에서 군산으로 내려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의료원 파주병원에서 격리치료를 받던 50대는 지난 18일 새벽 병원을 몰래 빠져나왔다가 19일 새벽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커피숍에서 검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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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부본부장은 “현재 감염위기 상황의 심각성을 국민께서도 인지하시고 깊이 이해해 주시기를 거듭 요청드린다”며 “지금 유행을 차단하지 못하면 환자가 단시간에 폭증해서 적시에 환자 치료가 어려워지는, 즉 병상 수가 부족해지는 상황도 올 수가 있다”고 경고했다. 계절이 바뀌어 환기가 어려운 밀폐된 공간에서 생활하게 되면 감염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 부본부장은 “코로나19 대응에 더욱 불리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가을 이후에 피해를 최소화하고 필수적인 우리의 시스템 보호를 위해서도 지금 당장 감염규모를 억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