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돼지열병, 코로나19, 군장병 외출외박 통제까지…접경지역 사중고

입력 2020-08-19 14:19
19일 오후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시가지가 텅비어있다. 화천을 비롯한 도내 접경지역에선 이날부터 31일까지 군장병 외출외박이 통제돼 지역 상경기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화천군 제공

강원도 양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A씨(40)는 19일 7월 매출을 정산한 뒤 한숨을 쏟아냈다. 월세는커녕 전기요금에도 한참 모자라는 12만원이 찍혀있었기 때문이다.

이 PC방은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손님이 크게 줄어 2명의 아르바이트생을 모두 집으로 돌려보냈다. 게다가 지난 2월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군 장병의 외출·외박마저 통제되면서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그는 손님이 크게 줄자 오후 7~8시쯤 문을 닫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A씨는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매출이 90% 이상 떨어졌다. 관내 PC방뿐만 아니라 펜션, 식당 등 모든 상권이 폐업위기에 놓여있다”며 “접경지역은 국방개혁에 따른 군 장병 감축, 코로나19 등 복합적인 이유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내 접경지역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집중호우 피해에 더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코로나19로 촉발된 상경기 위축 때문이다. 더욱이 군 장병 외출·외박이 또다시 통제되면서 지역 상인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철원과 화천, 양구, 고성, 인제 등 도내 접경지역에 따르면 접경지역 군부대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상향조정 및 국방부 지침에 따라 19일부터 오는 31일까지 2주간 군 장병 휴가를 중지하고 외출·외박을 통제하기로 했다. 간부들도 일과 후 숙소 대기 한다. 지난 4월 24일 외출·외박 통제를 완화한 지 4개월 만이다. 앞서 군 당국은 지난 2월 22일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모든 장병의 휴가·외출·외박 등을 통제했다.

ASF 영향으로 지난해 9월부터 안보 관광지가 중단된 상태에서 코로나19, 수해, 군 장병 외출 외박 통제까지 더해져 접경지역은 비상사태다. 제2땅굴과 평화전망대, 승리전망대와 DMZ 생태평화공원 등 철원의 안보 관광지는 ASF의 영향으로 지난해 9월부터 운영이 중단됐다. 제4땅굴과 을지전망대 등 양구 안보관광지도 코로나19와 ASF로 멈춰 섰다.

철원군 관계자는 “외출·외박이 통제됐던 지난 2월부터 2개월간 지역 상인들이 많은 고통을 겪었다”며 “안보 관광지가 문을 열지 못해 관광객이 오지 않는 상황에서 코로나19에다 ASF, 최근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가 더해져 접경지역 상황은 참담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화천군 사내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7)씨는 “2개월 동안 장병 외출이 완전히 막혔을 때 지역 상인들이 너무 힘들었다. 코로나가 야속하다”고 하소연했다.

화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