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달군 ‘노매너 논란’…7점차 8회 3볼엔 만루홈런 안된다?

입력 2020-08-19 13:56
만루홈런을 치고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타티스 주니어의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노매너 논란’이 뜨겁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타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1)가 팀 승리가 사실상 결정된 상황에서 풀스윙으로 만루홈런을 때려낸 게 상대팀을 존중하라는 야구의 ‘불문율’을 어긴 게 아니냔 것이다.

논란은 18일 샌디에이고와 텍사스 레인저스의 경기에서 불거졌다. 타티스 주니어는 10-3으로 샌디에이고가 7점 앞선 8회 초 1사 만루 찬스에서 상대 투수 후안 니카시오에 3볼을 내리 얻어낸 뒤 4구째를 노려 쳐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자신의 첫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타티스 주니어는 이 홈런을 포함해 이날 7타점을 올렸고,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10개)을 제치고 MLB 홈런 단독 선두(11개)에 올랐다.

하지만 타티스 주니어의 행위에 텍사스 벤치는 분개했다. 크게 점수를 앞선 경기 후반 제구가 흔들리는 투수의 볼에 풀스윙하는 걸 금기시하는 미국 야구의 불문율을 어겼다는 것이다. 텍사스 감독 크리스 우드워드는 투수를 교체하러 마운드를 방문하며 타티스 주니어를 노려봤고, 다음 투수 이언 기보트는 샌디에이고의 후속 타자 매니 마차도의 등 뒤쪽으로 보복성 빈볼을 던졌다.

우드워드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오늘날 야구 경기에선 수많은 불문율들이 도전받고 있다”며 “8회에 7점을 앞서고 있다면 3볼 상황에서 스윙하는 건 보통 좋은 타이밍이 아니다. 나는 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심지어 제이스 팅글러 샌디에이고 감독도 “스윙하지 말라는 사인을 보냈다는 걸 분명히 하고 싶다”며 사인을 못 본채 불문율을 어긴 타티스 주니어의 행위가 잘못이란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타티스 주니어는 “나는 어릴 때부터 야구 경기를 했지만 이런 불문율이 있단 건 몰랐다”며 “팅글러 감독은 (홈런 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갈 때에야 사인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노매너 논란이 불거지자 대다수의 MLB 구성원들이 타티스 주니어를 두둔하고 나섰다. 트레버 바우어(신시내티 레즈)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타티스 주니어에게 “네가 원한다면 3볼 때 계속 스윙하고 홈런 치라”며 “계속 야구에 에너지를 주고, 더 재밌게 만들어라. 그리고 절대 사과하지 마라”고 조언했다. 콜린 포셰(탬파베이 레이스)는 “3볼에서 만루홈런 맞고 싶지 않으면, 더 잘 던지라”며 ‘불문율’ 옹호자들에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레전드 조니 벤치 역시 “누구든지 3볼에서 풀스윙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MLB 사무국은 이튿날 빈볼을 던진 텍사스 투수 기보트에 3경기, 우드워드 감독에겐 1경기 출장 정지의 징계를 내렸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