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라힘 부바카르 케이타 말리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군부 쿠테타로 구금된 상태에서 사임을 발표했다.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케이타 대통령은 구금 소식이 알려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국영방송에 출연해 사임 의사를 밝히고 정부와 의회를 해산하겠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쓴 채 괴로운 모습으로 등장한 그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피가 흐르는 일을 감당하고 싶지는 않다”며 사임 이유를 설명했다.
방송화면 하단에는 ‘퇴임하는 대통령’이란 자막이 나왔고, 케이타 대통령은 자신의 사임이 즉시 유효하다고 했다.
케이타 대통령은 2013년 투표를 통해 첫 집권했고 2018년 재선에도 성공했다. 현 시점에서 남아 있는 임기는 3년이었다. 하지만 말리 국민들이 최근 케이타 정권의 극심한 내부 부패,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 등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모습 등에 분노하면서 대규모 시위사태가 계속돼왔다.
케이타 정권에 불만을 품은 이들은 결국 이날 쿠데타를 통한 반헌법적 정권 교체를 택했다. 쿠데타 군은 이날 오전 대통령 사저를 포위하고 공중에 총을 쏘며 위협을 가했다. 이후 케이타 대통령과 의회 의장인 그의 아들, 부부 시세 총리, 군 관리 등을 붙잡아 수도 바마코 외곽 카티 군 기지에 구금했다. BBC방송은 카티 군 기지 부사령관 맬릭 디아우 대령과 다른 사령관급 인사인 사디오 카마라 장군이 쿠데타를 이끌었다고 보도했다.
이번 쿠데타에 참여한 군 세력의 규모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구금 소식이 전해지자 케이타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는 군 기지를 둘러싸고 환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엔과 아프리카 역내기구 등은 쿠데타를 규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반란군이 대통령을 구금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하며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지난 6월부터 중재자 역할을 해온 아프리카 15개국 협의체인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와 과거 말리를 식민 지배했던 프랑스도 쿠데타를 강력 비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