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47번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박현 부산대 기계공학과 겸임교수가 “퇴원한 지 160일이 넘었는데도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박 교수는 지난 5월 페이스북에 ‘부산47’이라는 제목의 페이지를 개설해 입원 당시의 기록과 의료진에 대한 감사 편지 등을 공유해 왔다. 최근에는 퇴원 후 여러 종류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며 증상을 세세히 전했고, 18일 그의 글이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되며 화제가 됐다.
특히 관심을 받은 것은 그가 지난 17일 “요즘도 계속되는 후유증 증상은 크게 5가지”라며 올린 글이다. 그는 이 글에서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하면서 집중이 힘든 ‘브레인포그(Brain fog)’ 증상, 가슴 통증, 복부 통증, 피부의 이상 증세, 만성 피로를 언급했다. 박 교수는 “‘완치자’라는 말 때문에 (사람들이) 중장기 후유증을 겪는 회복자들이 많다는 것을 모르고 아직도 (코로나19를) 가볍게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브레인포그 증상과 관련해 “조금만 집중해도 머리가 아프고 가슴 통증 등 다른 증상까지 심해지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며 “방금까지 했던 일이나 하려고 했던 일을 기억 못하는 일이 너무 흔하다”고 설명했다. 가슴 통증에 대해서는 “여전히 왔다 갔다 한다”면서 “통증이 심해지면 앉아 있기 불편하고 누워서 쉬어야 하지만 누우면 또 다른 불편함이 있다”고 말했다.
또 “복부 통증 역시 속쓰림 증상이 있고, 특히 맹장이 있는 오른쪽 아랫배가 가끔 아픈 증상도 종종 있다”며 “피부 문제도 아직 있다. 피부가 검붉은색으로 변했던 것은 많이 나아졌지만 갑자기 보라색으로 변하기도 하고, 보라색 점이 생기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부색뿐만 아니라 건조증도 여전히 문제다. 선풍기 바람에 조금만 노출돼도 그 부위만 피부 건조 증세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만성피로의 경우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이도 여전히 좋아졌다가 나빠졌다를 반복한다”면서 “뉴욕에 있는 의사 친구는 예전부터 나의 후유증으로 신경계열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겪는 후유증들이 미국, 중국, 영국 등 해외 언론에는 많은 환자의 회복 이후 증상으로 소개되고 있다며 한국에만 관련 보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특히 보건 당국과 병원들이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질병관리본부에 전화를 해보고 여러 병원에 방문해도 모두 코로나19는 바이러스가 없어지는 순간 ‘완치’되고, 체력이 떨어졌거나 독한 약의 부작용이라는 말뿐”이라며 “어떤 정보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고 했다. 반면 해외에는 코로나19 후유증이 공식적으로 보고되고 있고,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 프로그램이나 클리닉이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다른 나라에서는 ‘회복자’ ‘생존자’라고 표현하는데 한국만 ‘완치자’라고 말한다”면서 “나도 그 ‘완치’라는 말 때문에 퇴원 당시 여러 통증이 있는데도 집에서 요양하면 나아질 것으로 착각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페이지 개설 후 자신과 비슷한 증상을 겪는 회복자 2명의 연락까지 받았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