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를 내놓으면서 결혼식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9일부터 실내 결혼식은 50명, 실외 결혼식은 100명 이상 모이면 방역 위반이 된다. 하지만 결혼식장 대부분이 계약 당시 보증인원을 200~300명 수준으로 정하기 때문에 예비 신랑·신부들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정해진 인원보다 적게 와도 식비는 다 부담해야 하는 ‘최소보증인원’ 규정 때문이다.
오는 10월 결혼을 앞둔 A씨는 코로나19 재확산 추세에 걱정이 크다.
그는 “정부의 갑작스러운 조치에 당황스럽다”며 “계약 당시 내기로 한 식사비용 때문에 금전적 손해를 보게 생겼다”고 호소했다. 이미 식장을 예약한 예비부부의 경우 예식장 규정에 따라 보증금을 내야 한다.
A씨의 경우 최소보증인원이 200명이어서 1000여만원을 내야 한다. 그런데 정부 지침에 따라 하객이 50명밖에 오지 못할 경우에도 나머지 150명의 식대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웨딩 커뮤니티에서도 예식장 보증인원과 관련한 글이 이어지고 있다. 10월 초 결혼을 앞둔 한 신부는 “웨딩홀에 전화를 했더니 보증인원 축소는 안 된다고 하더라”며 “음식 만들기 전에 줄여 달라는 건데 웨딩홀에서 손해를 볼 것은 무엇이냐”고 분노했다.
또 다른 예비부부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지금도 벽에다 대고 이야기하는 기분”이라며 “(예식장에서) 보증인원 하향 조정은 절대 없다고 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기존 보증인원 계약을 무효화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300명 보증 인원으로 예식장을 계약해도 50명 미만의 하객만을 초대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며 기존 계약을 위약금 없이 취소하거나 예식 날짜를 변경할 수 있게 하는 등 조치를 정부에 요구했다. 해당 청원은 19일 오전 9시 기준 3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이에 정부는 예비부부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예식업계와 표준약관 및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집합금지 명령, 시설 운영 중단, 폐쇄조치는 위약금 면책 사유 중 하나로 협의가 이뤄진 상태다.
1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고객이 원할 경우 위약금 없이 결혼식을 연기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예식업중앙회에 요청했다. 또 정부의 집합금지 명령, 시설 운영 중단, 폐쇄조치 등에 결혼식을 하지 못하게 된 이들이 별도 위약금을 물지 않게 해 달라고 예식업중앙회에 요청했다.
기존 예식장 이용 표준약관에는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 사유인 경우 위약금 없이 취소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감염병의 경우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다.
예식업계가 공정위의 요청을 수용할 경우 코로나19에 식을 미루거나 식장 폐쇄로 계약을 취소해야 할 때 별도의 위약금을 물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표준약관 개정이 늦어지면서 애꿎은 예비부부만 피해를 보고 있다. 아울러 공정위 표준약관이 발표돼도 소급 적용될 거란 보장이 없어 기존 예식장 계약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