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도 인정한 코로나블루…“고통스런 초대형 악재”

입력 2020-08-19 09:19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신화통신 연합뉴스

인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으로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심각한 정신보건 위기까지 겪고 있다는 우려섞인 경고가 나왔다. 코로나 블루(코로나19와 우울감을 뜻하는 단어 블루가 합쳐진 신조어)가 국제기구의 입을 통해 공식 확인된 셈이다.

카리사 에티엔 세계보건기구(WHO) 미주본부인 범미보건기구(PAHO) 사무국장은 18일(현지시간) 화상 기자회견에서 미주지역의 정신보건 위기를 우려하며 긴급 대응을 촉구했다. 에티엔 국장은 “코로나19 대유행이 미주에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규모의 정신보건 위기를 일으키고 있다. 모든 국가에서 초대형 악재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 불면증, 섬망증(환각, 초조, 과잉행동을 동반한 정신질환), 우울증 등을 겪게 된다”며 “많은 이가 감염을 두려워하고 아플까 봐 불안해하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이러스에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과 불확실한 미래, 압도적인 뉴스와 잘못된 정보, 몇 주 또는 몇 달이나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외로움과 고립감 때문에 모두가 고통스럽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7일 광주 북구보건소 효죽공영주차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냉조끼를 입고 있다. 뉴시스

그는 특히 방역 최전선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의료진의 타격을 우려했다. 에티엔 국장은 목숨 걸고 장시간 일하는 의료진이 특히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몇 달간 비상 근무로 의료진이 탈진(번아웃)한 상태로 우울증과 불안증을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에티엔 국장은 이러한 여파로 가정폭력이 증가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충격과 자택 대기 조처로 가정폭력이 증가할 수 있다”며 “가정폭력 피해자가 집에 갇혀 외부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으로 대유행 기간 가정폭력 실상이 축소될 수 있다”고 했다.

WHO는 “정신보건과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 서비스는 (사회의) 필수적인 사업”이라며 “정신 건강상에 문제가 있는 사람과 가정폭력 피해자가 필요한 지원을 받도록 노력하고 정신 건강 지원사업을 코로나19 대유행 대응의 핵심요소로 고려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