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한 임대료, 백수된 알바… PC방·노래방 업주들 한숨

입력 2020-08-19 05:13 수정 2020-08-19 09:48
18일 오후 경기 수원시의 한 PC방에서 이용객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해당 PC방 업주는 정부 방침에 따라 19일 0시를 기해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연합

정부는 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잡기 위해 수도권의 PC방·노래방·클럽 등 고위험시설에 대한 운영 중단을 명령했다.

고위험시설 운영 중단 첫날 업주들은 정부 지침에 따르면서도 통제가 장기화될까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 확산세를 막는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대비할 시간도 없이 영업중단을 명령한 건 지나친 처사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19일 새벽 경기 수원시의 한 노래주점에서 자정이 지나 손님들이 떠난 자리에 안주가 남아있다. 해당 업소는 감염병 확산과 관련하 정부 지침에 따라 19일 0시를 기해 영업을 중단했다. 연합

음식 창고에 가득 쌓인 냉동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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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버릴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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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A씨는 음식 창고에 가득 쌓인 냉동만두와 소시지, 감자튀김 등을 가리키며 “행정명령 때문에 전부 다 버려야 할 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A씨는 “준비할 시간도 계도기간도 주지 않고 갑자기 집합금지를 내려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아르바이트하는 친구들도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밤 12시가 다가오자 아르바이트생들은 손님들에게 영업 종료를 알리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상황을 전혀 모르는 일부 손님은 “왜 벌써 끝나냐”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출입자 명단, QR코드…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5년째 PC방을 운영 중인 B씨는 “출입자 명단을 적으라면 적고, QR코드 검사를 하라면 하고 시키는 대로 다 했다”며 “그런데 이제는 운영을 하지 말라고 하니 정말 미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에서 터져 나온 집단감염 탓에 애꿎은 자영업자들이 쓰러진다”며 “옆집 PC방은 영업을 시작한 지 1년도 안 돼 못 버티고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수원의 한 노래주점 관계자는 “나라에서는 2주간 휴업을 이야기했지만 기간이 더 길어질 것 같아 걱정”이라며 “오랜 기간 문을 닫으면 일을 그만두는 직원들이 생겨 인력 충원에도 어려움이 생긴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노래주점 관계자는 “문을 닫아도 500만원 남짓한 임대료는 누가 어떻게 해주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시키는 대로 QR코드 출입관리에 방역 조치까지 철저히 하고 있었는데 억울하다”고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2차 대유행 기로에 접어든 코로나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19일부터 PC방·클럽 등 12개 고위험시설 운영 중단


정세균 총리는 18일 오후 5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높은 고위험시설의 운영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게 하는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고위험시설은 ▲클럽·룸살롱 등 유흥주점 ▲콜라텍 ▲단란주점 ▲감성주점 ▲헌팅포차 ▲노래연습장 ▲실내 스탠딩 공연장 ▲실내 집단운동(격렬한 GX류) ▲뷔페 ▲PC방 ▲직접판매홍보관 ▲대형학원(300인 이상) 등 12개 시설이다.

집합금지 명령을 위반할 경우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