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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광고였어요”
유튜버들의 ‘뒷광고’ 논란이 뜨겁다. 뒷광고는 광고비나 협찬을 받고도 이를 밝히지 않아 이익을 보는 행위를 통칭한다. 유튜버 참PD 등은 다수 채널이 광고 표기를 뺀 채 영상을 올려 수익을 얻는다고 폭로했다. 의혹을 받던 한혜연, 문복희, 햄지, 쯔양, 양팡 등이 결국 사과했다. 논란이 된 유튜버들은 대가를 받았지만 내 돈 주고 산 것으로 쳤고, 약속한 대로 매장에 방문했지만 거기서 만난 직원은 깜짝 놀라며 본사에 전화를 걸었다. 이외에도 의심스러운 ‘수법’ 여럿이 도마 위에 올랐다.
비판은 거세다. 특히 구독자 수 100만명을 넘겨 ‘골드버튼’을 받은 유튜버들은 그간 화제였던 만큼 큰 실망을 안겼다. 카메라 앞에서 골드버튼을 개봉하며 구독자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던 이들은 이번 뒷광고 논란으로 ‘정말 죄송하다. 여러분을 속였다’며 다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유튜브는 많은 이들에게 일상이 됐다. 아침 대중교통부터 잠들기 전 침대까지 언제 어디서든 유튜브를 본다. 20대들은 “아, 유튜브 보느라 밤새웠음”이라는 메시지를 심심찮게 주고받는다. 이들은 뒷광고 논란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유튜버들에게 등 돌렸다는 이도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욕먹을 일이냐”고 반문한 이도 있었다. 그들의 의견을 담아봤다.
“내돈내산? 이제 누가 믿어요”
대학생 이씨(22·여)는 뒷광고가 사기와 마찬가지라는 말에 공감한다. 그는 “협찬사랑 짜고 치면서 시나리오까지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배신감이 든다”며 “뒷광고 의혹이 있는 채널은 전부 구독 취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콘텐츠는 못 믿겠다”며 “뒷광고 논란 이후 그런 콘텐츠는 눌러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뒷광고는 잘못이 맞으니 유튜버들이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면서도 “아무리 그래도 ‘이때다’ 싶어서 댓글이나 SNS 계정에 욕을 퍼붓는 사람들에게는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덧붙였다.
뒷광고 의혹을 받던 유튜버 나름은 6일 공식 사과 영상을 올렸는데 이후 “목매달아 사라져 달라”는 악플을 받았다. 다른 네티즌들은 “선 넘었다” “적당히 하라”며 악플러를 지적하고 나섰다. 문제가 된 악플은 삭제됐다.
“분노 안기는 이유는 배신감”
게임 채널을 즐겨 본다는 한씨(24·남)는 “사람들의 비난이 지나칠 때는 ‘왜들 난리인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뒷광고 논란에 관해 “욕하고 싶은 생각까지는 별로 없다. 사실 노상관(상관없다)”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 그에게 “대중의 비난이 거센 이유는 뭐인 것 같냐”고 묻자 “본인이 피해를 봐서가 아니라 배신감 때문에 분노하는 것 같다”는 답을 내놨다. “그동안 유튜버들이 자기가 깨끗한 것처럼 말하지 않았나. 앞에서는 그런 이미지를 만들고 뒤에서는 광고로 돈을 벌었으니 화가 나는 것도 이해는 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인기 유튜버 대도서관은 유튜버들의 이미지에 관한 생각을 밝힌 바 있다. 그는 5일 유튜브 생방송에서 “(유튜버들이) 광고는 받고 싶은데, 광고라고 말하면 돈을 밝히는 것처럼 보일까 봐 뒷광고를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직한 사람에게 기회 됐으면”
신씨(24·남)는 자주 보는 영상 소재로 먹방, 게임, 스포츠를 꼽았다. 그가 구독한 채널 중 뒷광고로 논란이 된 유튜버가 있냐고 묻자 “먹방은 99% 터졌다. 모두 구독을 끊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무엇보다 이번 사태가 정직한 유튜버들에게 기회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아직 언급은 안 됐지만 뒷광고를 받은 유튜버가 많을 것 같다”며 “이 일을 계기로 유튜브 채널들이 정상화됐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정직했던 사람들이 새로운 기회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해결되는 것 지켜봐야죠”
대학생 김씨(24·여)는 뒷광고가 구독자들에게 분명한 피해를 줬다고 생각한다. 그는 “제품을 구매할 때 좋아하는 크리에이터의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화장품을 살 때 뷰티 유튜버를 따라 사는 친구들이 많다. 크리에이터를 믿고 상품을 사는 건데 몰래 광고비를 받았다? 그렇다면 기만이 분명하다. 구독자들에게 피해를 준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뒷광고 문제가 논란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광고는 방송업계에서도 민감한 문제인데, 유튜브는 아직 규제가 많지 않아 보인다”며 “이번에 뒷광고가 해결되면 좋겠다. 유튜버 중에 사과 영상을 올리고 반성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그들이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뒷광고 실태를 폭로했던 유튜버 홍사운드는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그는 “네가 뭔데 뒷광고를 정의하느냐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간 받아온 비난을 털어놨다. 이어 “먹방을 접고 떠나겠다. 160만명 구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눈물을 쏟았다. 댓글에는 “용기 내 밝힌 사람이 왜 떠나냐” “정직한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 등 응원이 이어졌다.
“유튜브 시장의 성장통 되길”
공정거래위원회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뒷광고를 제재하기로 했다. 내달 1일부터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을 시행한다. 경제적 대가를 받고 제품 리뷰를 비롯한 콘텐츠를 올리려면 ‘협찬받았다’ ‘광고 글이다’ 같은 문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지금껏 규정을 미처 몰라 실수했다는 유튜버들도, 알면서 고의로 속인 유튜버들도 대중들에게 크고 작은 실망감을 안긴 건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번 뒷광고 사태가 커가는 유튜브 세계의 성장통이 되기를 바라는 이들이 많다. 20대 응답자들은 “유튜버들도 네티즌들도 더는 서로 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튜버들은 대중을 속이려는 시도를 그만두고, 네티즌들도 지나친 악플 등으로 과열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서지원, 유승혁, 최성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