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 목사가 지난 15일 광복절 집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연설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자가격리 대상임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교회 측 해명과 달리 전 목사는 연설 도중 “구청에서 나를 격리 대상으로 정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연설 시간도 ‘약 5분’이 아닌 15분을 훌쩍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유튜브 채널 ‘시사포커스TV’가 광복절 당일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전 목사는 집회 후반부쯤 무대에 올라 총 17분간 연설을 했다. 마스크를 왼손에 든 채로 등장한 전 목사는 연설 시작부터 끝까지 마이크를 입 가까이에 가져다 댄 상태로 발언을 이어갔다. 큰 목소리로 소리치듯 연설을 한 터라 침이 마이크에 튀는 등 비말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전 목사는 자가격리 대상이라는 통보를 받고도 연설에 참석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오후에 구청에서 우리 교회를 찾아왔다. 나는 이렇게 멀쩡하고 열도 안 오른다. 병에 대한 증상이 전혀 없다”면서 “그런데 전광훈 목사를 격리 대상으로 정했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에게 묻겠다. (내가 자가격리를) 받아들여야겠느냐”고 덧붙였다.
이는 사랑제일교회 측이 지난 17일 발표한 입장문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앞서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전 목사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며 “전 목사는 15일 오후 2시 서울시에서 자가격리 명령을 받고 이를 인지했음에도 같은 날 오후 3시10분쯤 광화문 집회에 참석해 자가격리를 위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사랑제일교회 측은 “전 목사는 8월 15일 광화문 집회에서 연설을 마친 후 사택으로 귀가해 쉬던 중 오후 6시쯤 ‘격리통지서’를 전달받아 서명했다”고 반박했었다.
교회 측은 또, 전 목사가 약 5분간 연설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이 역시 사실과 달랐다. 2시간16분짜리 시사포커스TV 영상에서 전 목사는 1시간37분쯤 등장해 1시간54분쯤 발언을 마쳤다. 교회 측이 주장한 5분을 훌쩍 넘긴 시간이다. 전 목사의 자가격리 관련 발언은 1시간47분쯤 나왔다.
전 목사는 발언 도중 관계자로부터 물을 받아 입을 대고 마신 뒤, 그 물통을 옆에 있던 측근에게 그대로 넘기기도 했다. 연설을 마친 뒤에는 전 목사가 사용했던 마이크를 진행자가 바로 받아 발언을 이어갔다. 전 목사의 연설 도중 무대 위로 올라온 참석자들 가운데 일부도 마스크를 끼지 않아 감염 위험에 노출돼있었다.
전 목사는 1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 입원 중이다. 그는 복수의 개신교계 매체를 통해 ‘외부 세력에 의한 바이러스 테러설’을 주장하며 교회 측이 철저한 방역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의 이같은 주장과 달리 사랑제일교회발 집단감염은 갈수록 확산되는 모양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8일 정오 기준 사랑제일교회 관련 코로나19 수도권 확진자는 서울 282명, 경기 119명, 인천 31명 등 총 432명으로 집계됐다. 비수도권 지역에서도 확진자가 속출해 모두 25명으로 확인됐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