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취업자 46%가 코로나 진정돼도 실업 위험“

입력 2020-08-18 17:22 수정 2020-08-18 17:50

국내 취업자 중 거의 절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실업 충격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일자리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고용분석팀 오삼일 과장과 이상아 조사역은 18일 ‘코로나19에 대한 고용취약성 측정 및 평가’ 보고서에서 “장기적으로 감염병에 취약한 고대면접촉·비재택근무 일자리 비중은 전체 취업자의 46%”라며 “이들 일자리는 고용 회복에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술했다.

코로나19에 취약한 일자리를 분류한 결과 특정 장소에서 일해야 하는 비재택근무직은 전체 취업자의 74%, 고객 등을 직접 마주해야 하는 고대면접촉직은 55%였다. 국내 일자리 중 두 유형에 모두 해당하는 경우가 46%라는 게 필자들 설명이다. 식당 종업원과 미용사, 의사, 간호사, 경찰관, 소방관, 매장 판매직원, 은행 창구직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교사나 강사처럼 평소에는 대면접촉도가 높지만 상황에 따라 재택근무로 전환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전체 취업자의 9%였다. 이들은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도 실업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오 과장 등은 “대면접촉이 많은 데다 재택근무가 어려운 일자리는 단기뿐만 아니라 감염병 확산세가 진정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는 장기에도 실업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해당 일자리는 코로나19 이전 고용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산업별·직업별 고용 재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일을 잠시 쉬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일자리 자체를 잃을 수 있다는 의미다. 고대면·비재택근무직은 감염 위험에도 크게 노출된다고 필자들은 덧붙였다.

단기 실업 위험은 필수 일자리인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의사나 간호사는 재택근무가 불가능하지만 필수직이기 때문에 실직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반면 비필수직이면서 재택근무도 할 수 없는 매장 판매원이나 식당 직원은 봉쇄조치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엄격하게 시행되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비필수직이면서 재택근무가 어려운 일자리는 전체 취업자의 35%였다.

필자들은 “감염병의 확산으로 강력한 봉쇄 조치가 시행될 경우 취업자 3명 중 1명은 정상 적인 경제활동이 어렵다는 의미”라며 “이처럼 단기 노동공급 충격에 노출된 비필수·비재택근무 일자리는 음식서비스, 매장판매, 기계조작 등 저숙련 직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인 올해 3~6월 감소한 취업자 대부분은 취약 일자리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다. 전체 일자리 감소에서 비필수, 비재택근무, 고대면접촉 일자리 감소가 차지하는 비중(감소 기여율)는 각각 106%, 77%, 107%였다.

일자리 감소 기여율이 100%를 넘는다는 건 해당 직종 종사자가 전체 취업자보다 많이 줄었다는 뜻이다. 필수직과 비대면접촉처럼 그에 반대되는 일자리 취업자는 늘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윤 과장 등은 “비필수, 비재택근무, 고대면접촉직의 일자리 감소 기여율은 각 일자리가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크게 상회한다”며 “향후 고용회복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감염병에 취약한 고대면접촉·비재택근무 일자리의 고용부진이 이어지면서 산업별·직업별 고용재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