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견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어깨 관절의 연부조직이 굳어지면서 극심한 통증과 어깨 관절의 운동 제한이 나타나는 병인데 필자 나이 정확히 50세가 되던 때에 거짓말처럼 오십견이 찾아왔습니다. 너무 아파서 청진기를 들 수조차 없었으며 머리 감기, 와이셔츠 팔 끼우기 등 일상 생할의 제한이 심했습니다. 치료는 수동적 관절 운동 즉, 스트레칭 뿐이므로 눈물 나게 아픈걸 참으며 열심히 스트레칭을 했습니다. 바로 이때 아 내가 운동부족이라 하나 둘 이런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구나 라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동차의 편리함에 길들여져 보행이라는 기본 기능을 외면했던 두 다리를 비롯하여 모든 관절, 근육들의 사용이 충분하지 않던 차에 저에게 강력한 경고를 보낸거지요. 예전에 헬스클럽 등록하고 얼마 안 다니다가 그만둔 적이 많았기에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을 고민하게 되었고 결국 결정한 운동이 ‘걷기’입니다.
걷기 불가능할 정도로 몸이 불편하지 않은 상태라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에 30분 이상 걸었습니다. 처음에는 30분만 걸어도 힘들었지만 이제는 두 시간 정도는 거뜬히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걸을 때의 자세도 중요한데 가슴과 허리는 펴고 어깨 힘은 빼고 팔은 적당히 흔들어주되 팔자걸음 등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는 자세는 피해야 합니다. 발 뒷꿈치→발바닥 중간→발 앞바닥이 순차적으로 땅에 닿는 3박자 보행도 중요하구요. 걷기를 마친 후에는 숨도 좀 가쁘고 땀도 좀 나고 맥박도 조금 빨리 뛰는 걸 느낄 수 있는 정도가 좋습니다.
영화배우 하정우씨가 2018년에 걷기를 주제로 책을 내며 ‘국민 걷기 전도사’로 등극하였지요. 저 또한 주변 사람들에게 꾸준히 걷기를 권해오고 있습니다. 꾸준히 걷고 또 걷고 5년이 지난 지금, 오십견은 이미 예전에 완치가 되었고, 부실했던 하체도 제법 근력이 생겨 웬만한 거리를 걸어도 다리가 아프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걸을 때 우리 몸의 100개 이상의 근육이 이용되므로 골고루 관절과 근육을 움직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결국 ‘몸을 많이 움직일수록 건강하다’ 는 진리를 몸소 깨닫게 된 것이죠.
추가로 진료실에서 할 수 있는 근력 운동을 꾸준히 병행하고 있습니다. 덤벨, 팔굽혀 펴기, 스쿼트, 런지, 카프 레이즈 등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근력 운동이 많이 있습니다. 근력 운동시 주의할 점은 먼저 5분 정도의 워밍업을 해준 다음, 처음부터 끝까지 정확한 자세를 유지해야 하며 호흡법 또한 매우 중요한데,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근육에 힘을 줄 때 숨을 뱉는 것이 올바른 호흡법입니다. 스쿼트를 예로 들면 숨을 들이마시면서 앉고 숨을 뱉으면서 일어서는 것이죠.
운동을 함에 있어 제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꾸준함’입니다. 아무리 몸에 좋은 운동이라도 하다가 멈추면 소용이 없습니다. 유명한 PT선생님께 몇 달을 열심히 배워도 그것이 내 몸에 녹아들어 지속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씀입니다. 몸을 많이 움직이되 평생 가능하도록 합시다. 그러면 항노화는 저절로 이루어집니다.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신체 구성 요소들의 큰 변화가 찾아오게 되는데, 피로도가 증가하고 근력과 근지구력이 약해져 일상생활 능력이 감소하게 됩니다. 여기에 유전적인 요소와 비만 등의 이유로 인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의 만성질환이 발생하게 됩니다.
다리의 근력이 감소하면 보행이 어려워지고 이로 인한 낙상의 위험이 증가하는데 65세 이상 노인의 30% 정도가 1년에 한 번 정도는 낙상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아마 우리 부모님들도 한 두 번의 경험은 있으실걸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계단 오르내리기나 가벼운 물건 나르기, 걷기와 같은 일상적인 활동능력을 증가시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근력 감소와 함께 또 하나의 큰 문제점은 자세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인체의 전정기관, 시각 등 감각계는 노화에 따라 자세조절 중추에 부적절한 피드백을 주게 됩니다. 스포츠 댄스처럼 취미생활로도 가능한 스포츠 활동들이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의사 선배님 중에 꾸준히 스포츠 댄스를 하는 분이 계시는데 환갑이 넘은 나이임에도 여전히 날씬한 몸매와 활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노화가 심혈관계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고혈압과 제2형 당뇨병을 들 수 있는데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을 하면 혈압도 내려가고 인슐린 예민도 역시 좋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전신의 큰 근육을 사용하는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의 운동이 좋으며 최소한 일주일에 3회 이상, 1회 운동시간은 30분~1시간 정도로 유지하세요. 유산소 운동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산소 운동이나 근력 운동도 체내 산소농도가 낮으면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유산소 운동과 더불어 근육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무산소 근력 운동도 병행하는 것이 좋으며,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의 비율은 80:20 정도가 적당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많은 연구 문헌을 통하여 입증된 것과 같이 규칙적인 운동은 노화에 따른 기능 저하를 감소시키고 예방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산소 운동을 통한 심혈관계 기능 향상, 성인병 위험인자 개선, 무산소 운동을 통한 근력 향상과 근 질량 감소 지연, 그리고 자세 안정성 증가, 유연성의 증가 효과는 노화 방지는 둘째로 치더라도 노인의 기본적인 일상생활 능력 유지와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한 것입니다. 꾸준한 운동을 함으로써 심리적 안정과 뇌기능의 보존 및 개선 효과로 삶의 질 개선과 더불어 항노화와 생명 연장이란 목표를 이룰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해 드린 ‘걷는 사람, 하정우’에서 몇 대목을 인용하며 이번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걷고 돌아오면 금방 곯아 떨어진다. 불면증이나 한밤의 우울을 모르고 어디서나 꿀잠 자는 나의 비결은 역시 걷기다’
‘내 보폭을 알고 무리하지 않는 것, 내 숨으로 걷는 것, 걷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묘하게도 인생과 이토록 닮았다’
‘독서와 걷기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인생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저는 그럴 시간 없는데요 라는 핑계를 대기 쉬운 분야라는 점이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하루에 20쪽 정도 책 읽을 시간, 30분 가량 걸을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내가 처한 상황이 어떻든, 내 손에 쥔 것이 무엇이든 걷기는 내가 살아 있는 한 계속할 수 있다는 것’
최경호 가정의학과 전문의(아이비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