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하는 미국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17일(현지시간) 시작됐다.
민주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모든 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청중도 없고, 환호도 없는 최근 역사에서 가장 기이한(extraordinary) 전당대회가 개막됐다”고 표현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 주제는 ‘우리 국민(We the People)’이었다. 민주당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가지 치명적 약점을 집중 공략했다. 인종차별 문제와 코로나19였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등 민주당의 슈퍼스타들이 총출동했다.
이번 전당대회의 주인공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깜짝 출연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토크쇼의 사회자처럼 인종차별 철폐 운동가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전당대회에는 존 케이식 전 오하이오 주지사를 비롯한 유력 공화당 인사들은 물론 평생 공화당원이었다는 일반인들도 등장해 트럼프 대통령 말고 바이든 전 부통령에 표를 던질 것을 당부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미셸 오바마 “트럼프는 잘못된 대통령”
이날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연사는 미셸 오바마였다. 연설 순서도 가장 마지막이었다.
미셸 오바마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미국은 더 큰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우리나라의 잘못된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는 대통령직을 잘 수행할 수 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엄청나게 충분한 시간을 가졌으나 그 일을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면서 “그는 이 상황에 대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셸 오바마는 또 “그는 그야말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미셸 오바마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내뱉었던 “어쩔 수 없는 일이다(It is what it is)”라는 말을 따라하며 일침을 가했다.
미셸 오바마는 그러면서 “우리가 이 혼돈(chaos)을 끝내겠다는 어떠한 희망이 있다면, 자신의 삶이 달린 것처럼 바이든에 투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 바이든을 향해 “경제를 구하고, 코로나19 팬데믹을 물리치며, 미국을 이끌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아는 매우 훌륭한 사람”이라고 극찬을 보냈다.
바이든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8년 동안 부통령을 지냈다.
트럼프의 약점 공략…인종 차별과 코로나19
첫날 전당대회는 여배우 에바 롱고리아의 사회로 진행됐다. 멕시코계 부모를 둔 롱고리아에게 사회를 맡긴 것도 유색 인종을 겨냥한 포석으로 분석됐다.
백인 경찰에 의해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형제들도 전당대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미국에선 흑인 사망 항의 시위가 들불처럼 번졌었다.
플로이드의 형제들은 인종 차별 문제를 비판하면서 잠시 침묵을 갖는 시간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정의를 위한 싸움을 계속할 것”을 촉구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피해가 가장 컸던 뉴욕주의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는 “뉴욕주는 과학적 가이드라인을 따르면서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면서 “이(과학)는 트럼프 행정부가 따르기를 거부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이어 “우리는 진실을 봤다”면서 “그것은 정부와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아버지를 잃은 크리스틴 우르퀴자는 “아버지는 도널드 트럼프를 신뢰했다”면서 “그는 트럼프에 투표를 했고, 트럼프의 말을 들었고, 트럼프를 믿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유일한 기저질환(preexisting condition)은 트럼프를 믿었던 것”이라며 “그는 자신의 목숨으로 그 대가를 치렀다”고 트럼프 대통령에 직격탄을 날렸다.
샌더스 “네로는 로마 불탈 때 바이올린…트럼프는 골프 친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강조한 것은 단합이었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올해 경선에선 바이든에게 연이어 패배한 아픔을 갖고 있다.
특히 샌더스 상원의원은 2016년 대선에선 클린턴 당시 후보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하지 않았다. 클린턴과 샌더스 간의 불화는 민주당 패배의 한 원인이 됐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샌더스는 이날 “트럼프로 인해 권위주의가 미국에 뿌리를 내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네로는 로마가 불탔을 때 바이올린을 켰다”면서 “트럼프는 골프를 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대응에 소홀한 트럼프 대통령을 로마의 폭군 네로 황제에 비유한 것이다.
그러면서 샌더스는 “우리 민주주의의 미래가 위태롭다”면서 “우리는 힘을 합쳐 도널드 트럼프를 물리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대선은 나라의 현대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다. 실패의 대가는 너무 커서 상상할 수 없다”면서 바이든에게 반드시 표를 던질 것을 호소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