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지환(본명 조태규·43)의 성폭행 및 성추행 사건에서 피해자들 주장에 반하는 증거들이 공개됐다. 이미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강지환이 상고를 결정한 이유로도 설명되는데,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포츠조선은 18일 사건 당시 강지환 자택에 설치된 CCTV 화면과 피해자가 지인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을 입수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CCTV 영상에는 강지환이 만취 상태로 정신을 잃은 모습이 나오고 피해자들은 그를 부축해 방으로 옮긴다. 이후 강지환이 잠든 사이 피해자들은 욕실에서 샤워를 마치고 하의 속옷만 입은 채 집을 구경하는 장면도 담겼다. 이는 “술에 취해 기억을 잃는 일명 ‘블랙아웃’ 상태였기 때문에 범행 당시를 기억하지 못한다”던 강지환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강지환이 잠을 잔 방과 사건이 일어난 방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피해자 중 한 명이 지인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는 당일 오전부터 사건 발생 시간으로 특정된 오후 8시30분까지 계속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그는 지인과 보이스톡을 하는 등 연락을 주고받았다. 여기에는 “강지환네 집에 왔다” “3층 루프탑 수영장에 온천까지 있다” “집이 X쩐다” “낮술 오진다” 등 상황을 설명하는 내용이 적혀있다.
강지환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유한) 산우 심재운 변호사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A씨(준강간 피해자 주장)에게서 강지환의 정액이나 쿠퍼액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B씨(준강제추행 피해자 주장)는 속옷 속 생리대에서 강지환의 DNA가 발견됐는데, 샤워 후 강지환의 옷과 물건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옮겨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지환 자택을 확인해본 결과 (피해자들의 주장과는 다르게) 통화도 잘 터지고 카톡도 잘 되더라”며 “피해자들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계속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강지환이 사건 초기 사과문을 공개한 데 대해서는 “강지환이 정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기억에는 없지만 피해자들이 피해를 주장하니 긍정도 부정도 못 한 것”이라며 “그들의 말을 존중해 죄송하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피해자 측은 강지환의 번복된 주장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피해자 법률대리인인 측은 이날 스타뉴스에 “강지환은 영장실질심사 전부터 피해자에게 합의를 요구했다”며 “계속 거부하니 1심 변호인이 ‘피해자의 주장인 준강간 및 준강제추행 혐의를 강지환 측이 모두 인정한다’는 전제로 합의서를 작성했는데 왜 이제 와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또 “강지환의 DNA가 나오지 않았다고 하는데, 아주 직접적인 신체 접촉을 하는 경우 안 나오는 경우가 있다”며 “재판부는 강지환의 DNA가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혐의에 합당한 부분이 있어 2심까지 같은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카톡 원본에는 피해자가 소속 상사에게 피해를 보고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며 “강지환 자택에서 나온 CCTV 영상 내용에 대해서도 변호인이 모두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강지환은 지난해 7월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자신의 촬영을 돕는 외주 스태프 여성 2명과 술을 마신 뒤 이들이 자고 있던 방에 들어가 스태프 1명을 성폭행하고 다른 스태프 1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같은 해 12월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강지환의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며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사회봉사 120시간, 성폭력치료 강의 수강 40시간, 취업제한 3년 명령도 함께 내렸다.
그러나 검찰과 강지환 모두 이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검찰은 징역 3년을 구형했으나 지난 6월 2심 재판부는 원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강지환은 최후 진술에서 “저로 인해 상처받고 고통받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지금 제 모습이 너무나도 부끄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