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약류 의약품의 오남용이 의심되는 처방·투약 사례 중 상당수를 사실상 방치해왔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동일인이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을 2000㎖ 이상 투약하는 등 약물 오남용 의심 사례가 있는데도 실지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보건복지부와 식약처 등 부처를 대상으로 의약품 안전관리실태를 감사했다고 12일 밝혔다.
감사원은 2018년 7월부터 1년 동안 프로포폴과 졸피뎀, 식욕억제제를 처방 또는 투약한 환자 중에서 약물 의존성이 의심되는 사례를 대상으로 실지 조사가 이뤄졌는지를 들여다봤다.
그 결과, 약물 오남용이 의심되는 299건 중 67%에 해당하는 201건에 대해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프로포폴(2000㎖ 이상 투약)은 101건 중 48건, 졸피뎀(연간 2000정 이상 처방)은 92건 중 78건, 식욕억제제(연간 4000정 이상 처방)는 106건 중 75건이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식약처와 함께 프로포폴과 졸피뎀을 과다 투약하거나 처방받은 사례에 대해 실지 조사를 실시했다.
프로포폴을 10회 이상 투약한 약물 오남용 의심환자 14명과 의료기관 10곳을 조사해보니 모두 업무 외 목적의 투약으로 드러났다. 졸피뎀의 경우, 연간 2000정 이상 처방받은 환자 16명과 의료기관 25곳을 조사한 결과, 환자 13명과 의료기관 1곳이 약물 오남용에 해당했다.
40대 여성 A씨는 2018년부터 1년 동안 의료기관 5곳에서 프로포폴 2347㎖을 109회에 걸쳐 투약받았다. 이중 103회(2220㎖)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성형외과 한 곳에서 이뤄졌다. 또 50대 여성 B씨는 같은 기간 인천 부평구 소재의 내과에서 졸피뎀 4390정을 41차례에 걸쳐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마약류 의약품별 오남용 기준을 설정하는 한편, 오남용 의심 사례에 대해 지자체 마약류 감시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등 효율적인 실지 조사 방안을 마련하라고 식약처장에게 통보했다. 아울러 업무 외 목적으로 약물을 처방·투약한 환자와 의료기관에 대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