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문제를 복지적 관점에서 접근한 혁신사업 모델인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가 최근 7년간 빚의 늪에 빠진 시민 6903명의 악성부채 1조7419억원의 법률적 면책을 이끌어냈다. 센터와 서울회생법원 간 패스트 트랙(신속 채무조정 절차) 업무협약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는 지난 2013년 7월 가계부채로 고통받는 서울시민이 빚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 이후 7년간 3만6407명의 시민이 센터를 찾았고 그 중 더이상 빚을 갚을 수 없는 한계에 놓인 서울시민 6903명의 악성부채 1조7419억원이 법률적으로 면책됐다. 2015년부터 매년 서울회생법원에 접수된 연간 개인파산 사건의 10% 이상을 센터 상담건이 차지하고 있다.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가 최근 1년간 대한법률구조공단 등과 협력해 서울회생법원에 개인파산면책을 신청한 시민 중 702명의 자료를 분석해 18일 공개했다. 센터를 통해 개인파산면책을 신청한 사람 중 50대 이상이 80.7%를 차지했다. 특히 고령자인 60대(37%)가 가장 많았다. 가구형태로는 1인가구(54.3%)가 신청자의 절반을 넘어 홀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부채문제에서 가족들의 경제적·심리적 지지를 받기 어려운 시민이 다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금융취약계층의 채무조정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센터의 특성상 신청자 중 75.4%가 ‘수급자’에 해당됐다. 채무를 지게 된 원인은 생활비 부족(44.6%)이 가장 많았고 사업의 경영파탄(23.4%), 사기피해(8.6%), 타인의 채무보증(6.2%) 순이었다.
신청자의 총 채무액은 1억원 미만이 60.4%로 가장 많았고 그 중 38.6%는 5000만원 미만에 해당돼 장기채무의 경우 원금보다 이자가 늘어난 고금리 악성채무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분석됐다. 채무 지급이 불가능해진 시점부터 파산신청까지 소요된 기간은 절반 이상(51.7%)이 4년 이하였고 10년 이상 장기채무로 고통받다가 파산신청을 결정한 신청자도 30.1%에 달했다. 특히 센터를 경유해 파산신청하고 면책을 받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4개월이었다. 센터는 서울회생법원과 업무협약을 통해 센터 경유 개인파산면책 사건을 전담하는 재판부를 지정해 신속처리절차를 통한 과중 채무자의 조속한 사회복귀를 돕고 있다.
센터는 가계 빚으로 고통받는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공공재무상담·금융교육을 통한 ‘악성부채 확대예방’, 가계부채 규모관리를 위한 공적채무조정(개인파산·개인회생) 지원, 빚으로 넘어진 시민이 다시 일어서기 위한 주거·일자리 등 복지서비스를 연계해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악성부채로 고통받았던 시민이 빚의 늪에서 벗어나 빨리 재기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종합지원체계를 구축해왔다.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는 중앙센터를 포함해 시청, 성동, 마포, 도봉, 금천, 영등포, 양천, 송파, 중랑, 구로, 성북, 관악, 노원, 강남 등 14개 지역센터가 각 자치구에 위치하고 있으며 센터 당 2명의 금융·법률·사회복지 전문가로 구성된 금융복지상담관이 상근하고 있다. 상담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가능하며 대표상담번호는 1644-0120이다.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모델은 2015년부터 경기, 전남, 경남, 전북 등으로 확산되었고 2018년에는 대만 타이베이시에서도 벤치마킹해 시범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만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장(변호사)은 “지난 7년간 서울시는 선도적으로 한계채무자의 ‘다시시작’을 지원해왔고 그 결과 시민의 삶이 변화됨을 확인했다”며 “가계부채로 고민하는 시민이 있다면 주저없이 센터를 방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