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전염력 10배’ 변종 코로나? “팩트 확인 안된 오보”

입력 2020-08-18 14:08

말레이시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일으키는 기존 코로나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10배 강한 변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견됐다는 보도는 사실상 오보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말레이시아 보건총괄국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을 일부 언론이 그대로 인용하면서 ‘팩트체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주관적 내용을 그대로 담았다는 것이다. 실제 이 글을 처음 전한 블룸버그 통신은 추후 기사 본문을 수정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각) 누르 히샴 압둘라 말레이시아 보건총괄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말레이시아 의학연구소가 시바 강가 등 바이러스 집중 발병지역 두 곳에서 4건의 돌연변이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압둘라 총괄국장은 특히 이 글에서 “이 변종 돌연변이는 중국 우한에서 발견된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10배가량 강하기 때문에 슈퍼 전파자에 의해 쉽게 옮겨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기존 백신연구의 효과가 불완전해지거나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주관적 전망을 덧붙였다.

압둘라 총괄국장의 이 글은 17일 블룸버그 통신을 통해 처음 전해졌다. 국내 일부 언론이 이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쓰면서 ‘전염력 10배’ 바이러스에 대한 불안도 빠르게 퍼졌다. 백신 연구의 실효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탓에 우려는 한층 커졌다.

그러나 압둘라 총괄국장이 언급한 돌연변이는 말레이시아에서 새롭게 등장한 게 아니다. 이 변종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있는 614번째 아미노산이 아스파르트산(D)에서 글리신(G)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D614G’라고 이름 붙여졌다.

지난달 초 국제 과학저널 ‘셀’(Cell)에는 전파 속도가 빠른 변종 ‘G614’가 유럽과 미국에서 ‘D614’라고 불리는 코로나바이러스를 거의 대체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 연구에서도 변종 바이러스가 코나 비강, 목에서 더 빨리 증식돼 전파속도가 최대 9배 높다는 보고가 있었으나, 영국에서 실제 코로나 입원 환자 1000명을 분석한 결과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해서 상태가 더 악화하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변종 코로나인 G614의 감염력이 실험실이 아닌 사람 사이에서 10배라는 것은 확립된 내용이 아니다. 말레이시아 보건국장의 글 중 명확히 확인된 팩트는 G614가 말레이시아에서도 발견됐다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또 백신이 듣지 않으리라는 것도 주관적인 해석”이라면서 “일반인에게는 이미 사람 사이 10배 감염력이 강한 변종 코로나19가 나왔다는 인식이 각인돼버렸다”고 비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같은 날 오후 7시 해당 기사를 수정 게재했다. 수정된 기사에는 필리핀 마리아 로사리오 베르제르 보건부 장관이 브리핑에서 “이 돌연변이는 전염이나 감염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럴 것이라고 말할 만큼의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밝힌 내용 등이 담겼다.

돌연변이의 전염성이 훨씬 더 강하다는 증거가 없다는 홍콩대 역학·생물 통계학 전문가의 언급도 포함됐다. 이 전문가는 다만 “G614가 다른 코로나19 유형들보다 경쟁 우위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방역당국도 변종 바이러스의 위험성에 대해 아직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17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가진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말레이시아에서 발표했다는 변이가 어떤 내용인지, 변이의 내용에 따라 백신 개발과 연관이 있는지를 확인해 말하겠다”고 밝혔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