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과 ‘48만원 판돈’ 카드게임… 대법 “도박 아닌 오락”

입력 2020-08-18 13:25

친구들끼리 판돈 48만여원을 두고 내기성 카드놀이를 한 것은 도박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도박의 목적과 경위, 참가자들의 친분관계 및 직업과 재력, 상습성 등을 고려했을 때 형법상 도박죄의 예외인 ‘일시오락’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도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 등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지인 3명과 함께 2018년 12월 오후 8시30분쯤 충북 증평군의 한 사무실에서 판돈 48만5000원을 걸고 속칭 ‘훌라’라는 카드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 등은 일시오락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지만, 1심은 A씨 등 4명에게 각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2018년 2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수차례 같은 장소에서 도박을 벌인다는 취지로 112신고가 들어온 것이고, 이 사건 도금의 합계액도 48만5000원으로 작은 규모가 아니다”라며 “일시 오락 정도에 불과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피고인 등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2심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도박 사건의 유무죄는 도박의 목적, 시간과 장소, 도박을 하게 된 경위, 도박에 건 재물의 액수, 도박의 방법, 도박에 가담한 자들의 친분관계 및 직업과 재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되는데 재판부가 이번 사건 도박 행위에 대한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이들이 해당 장소를 모임장소로 자주 이용한 점, 도박 시간이 13분에 불과하고 실제 압수된 돈이 전부 도박에 사용됐는지 명확하지 않은 점, 이들이 정기적 소득 및 자산을 소유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일시오락의 정도에 해당해 가벌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을 옳게 봤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