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 틔우던 영화계 덮쳐오는 ‘코로나 악몽’

입력 2020-08-18 12:12 수정 2020-08-18 12:15
영화 '국제수사' 포스터. 쇼박스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숨통을 틔우던 영화계에 다시 위기감이 돌고 있다. 여름 성수기 대작들에 힘입어 정상화를 위해 달려가던 극장가에는 신작 개봉 연기와 극장 휴업 등이 이어지고 있다.

9월 개봉을 앞둔 국내 첫 실사 SF(공상과학) 블록버스터 ‘승리호’는 18일 제작보고회를 3일 앞두고 비대면으로 전환했다. 총제작비 240억원을 들인 ‘승리호’는 올해 국내에서 개봉하는 영화 중 가장 큰 규모의 작품인 데다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등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출연해 관심이 쏠렸던 작품이다.

특히 ‘승리호’ 측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3월 이후 끊겼던 오프라인 제작보고회를 열어 관심에 불을 댕긴다는 계획이었으나 최근 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으로 결국 온라인 전환을 택했다. 배급사 측은 “최근 코로나19 유행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함에 따라 부득이하게 온라인 제작보고회로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개봉까지 얼마간 여유 시간이 있는 ‘승리호’와 달리 개봉 직전이었던 영화들은 더 타격이 크다. 19일 선보이려던 ‘국제수사’는 “신작 개봉으로 관객들을 극장에 밀집시키는 것이 정부의 방역 노력을 무력하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으로 고심 끝에 개봉 연기를 결정했다”며 개봉 사흘을 앞두고 개봉 연기라는 초강수를 뒀다. 이에 따라 전날 진행하려던 언론배급시사회와 향후 인터뷰 일정 등도 모두 취소됐다.

개봉 직전 연기가 뼈아픈 이유는 마케팅 비용이 소진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상반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이미 한 차례 개봉을 연기했던 ‘국제수사’는 이미 홍보 비용을 상당히 많이 지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BS 간판 예능 ‘런닝맨’ 등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홍보에 박차를 가했던 배우들의 노력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힘이 빠졌다.

이미 개봉한 영화들도 상황은 매한가지다. 지난 12일 개봉해 입소문을 타며 관객을 모으고 있던 ‘오케이 마담’은 제동이 걸릴 수 있어 긴장하는 분위기다. 황정민 이정재 주연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도 350만명의 관객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을 기념해 무대인사를 열고 관객과 만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전면 취소됐다.

CGV 용산아이파크몰 등 코로나19 확진자가 영화관에 다녀가면서 영화관이 문을 여닫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역시 관객의 극장 방문을 독려하기 위해 배포하려던 영화관 할일권을 17일부터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상태여서 영화계에는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예정대로 행사를 진행하는 작품은 현재로서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이 거의 유일하다. 코로나19 이후 개봉하는 최고 대작 중 하나인 ‘테넷’은 26일 개봉을 확정 짓고 19일 기자시사회와 이튿날 온라인 간담회를 오프라인 형태로 진행하려고 계획 중이다. ‘테넷’ 측은 현재 개최 여부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