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극복 가능성을 언급할 때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사이클이 되풀이되고 있다. 경기 저하를 우려한 정부의 섣부른 완화 정책, 고조되는 반정부 집회 분위기, 바이러스가 창궐할 때마다 되풀이되는 고강도 거리두기에 지친 국민의 피로감까지 겹치며 코로나 정국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페이스북에 “오늘 국내에서 코로나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6개월 되는 날. 국내 지역감염 확진자 수가 드디어 4명으로 줄었다”며 “국민 여러분을 중심으로 의료진, 방역 당국, 지자체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우리는 코로나를 이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흘 뒤인 24일 정부는 전국 교회를 대상으로 소모임이나 행사 등을 금지했던 핵심 방역 조치 의무화 행정조치(집합제한)를 2주 만에 해제했다.
이어 광복절은 대체 공휴일 지정 대상이 아님에도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안에 따르면 대체공휴일은 설날과 추석, 어린이날만 지정토록 규정돼 있지만, 경기 활력 제고를 위해 연휴를 조성한 것이다. 또 주말 6차례 외식을 하면 정부가 1만원을 보조해주는 식의 외식·여행 지원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 확진자가 폭발하면서 외식·여행 지원책을 취소하며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지난 사흘 연휴에는 광화문 집회를 주도했던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에서만 무려 3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게다가 장마 후 불볕더위 탓에 사흘 연휴 기간 전국 각지로 피서를 다녀온 사람들이 많아서 얼마나 집단감염 사례가 나올지 파악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앞선 17일 정례브리핑에서 “발생지역이 서울·경기뿐 아니라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무서운 속도로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며 “지금 수도권에는 여태껏 진단되지 않았던 무증상·경증 감염자가 누적돼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코로나 감염의 위험은 고위험시설에만 국한되지 않고 우리가 일상에서 매일 접하는 식당, 카페, 주점, 시장 등 어디서든, 누구라도 코로나 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매우 커진 상황”이라며 “지금 바로 유행 상황을 통제하지 않으면 기하급수적으로,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해 의료시스템의 붕괴, 또 막대한 경제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조급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닷새 후 신천지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3월에도 “신규 확진자 수를 더 줄이고 안정 단계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코로나19 방역의 모범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곧이어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에게 가장 큰 이정표로 작용한다. 이번에도 대통령 발언 한 달 만에 최악의 감염사태가 재현되면서 청와대·정부가 방역 정책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