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이러니’…‘가짜뉴스’ 욕하던 워싱턴포스트에 대선 광고

입력 2020-08-18 08:50 수정 2020-08-18 10:3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오시코시의 공항에서 대선 유세를 펼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보에 대해 민주당의 전당대회 기간에는 외부 행사를 자제하는 미국 정치 관행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캠프가 1000만 달러(119억원)를 들여 온라인 대선 광고를 내보낼 예정이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17일(현지시간)부터 20일까지 열리는 것에 대한 맞불 차원이다. 미국 국민들의 시선이 민주당 전당대회에 집중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트럼프 재선 캠프는 유튜브의 배너를 18일부터 나흘 동안 독점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17일 보도했다.

트럼프 재선 캠프는 워싱턴포스트(WP)·월스트리트저널(WSJ)·폭스뉴스의 온라인 홈페이지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광고가 실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WP 등에 언제부터 트럼프 대선 광고가 올라갈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WP에 자신의 대선 광고를 내보는 것이 아이러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WP가 자신에게 부정적인 기사를 보도할 때마다 ‘가짜 뉴스(fake news)’라고 집중 공격해왔기 때문이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에겐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이조스가 WP를 사들인 점을 거론하면서 “아마존 워싱턴포스트”라고 비난해왔다. WP가 진실보다는 아마존의 로비스트 같은 기사를 내보낸다는 비난이다.

트럼프 재선 캠프가 이런 WP에 대선 광고를 싣기로 결정한 것은 WP의 홈페이지를 찾는 중도층 표심을 의식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WSJ에 대해서도 WP만큼은 아니지만 ‘가짜 뉴스’라고 종종 비난했었다.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에 우호적인 매체로 분류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가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를 내볼 때는 공격을 자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폭스뉴스가 자체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뒤쳐져 있다는 결과를 방송하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폭스뉴스는 그들의 가짜 여론조사요원을 해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소리(VOA)’는 “특이하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광고를 집행키로 했던 WP와 WSJ, 폭스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지 않는 뉴스가 보도됐을 때 여러 번 ‘가짜 뉴스’라고 공격했던 언론사들”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WP와 함께 ‘가짜 뉴스’ 양대 산맥으로 비난하는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선거 광고 집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NYT의 재정 상황을 부각시키면서 ‘망해가는(failing) NYT’로 부른다.

트럼프 재선 캠프는 또 민주당 전당대회 기간 동안 민주당을 공격하는 방송을 자체적으로 제작해 내보낼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방 전당대회 기간에는 외부 행사를 자제하는 미국 정치의 관행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인 17일 위스콘신주와 미네소타주를 잇달아 찾은 데 이어 18일에는 애리조나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어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하는 20일에는 바이든의 출생지인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을 찾을 계획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