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대방 전당대회 ‘존중’ 관행 무시…“바이든은 극좌 꼭두각시”

입력 2020-08-18 06:48 수정 2020-08-18 10:3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공항 활주로에서 연설을 마친 뒤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P통신은 이날 모인 150여명의 트럼프 지지자들 중 절반만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해 “극좌 세력의 꼭두각시(puppet of left-wing extremists)’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네소타주의 미니애폴리스와 맨케이토, 위스콘신주의 오시코시를 연이어 방문해 대선 유세를 펼쳤다.

특히 이날은 바이든을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하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공식 개막되는 날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비판이 제기됐다.

다른 당의 전당대회가 열리는 기간에는 외부 행사를 자제하며 존중하는 것이 미국 정치의 관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이념 공세까지 퍼부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우호적인 폭스뉴스조차 “일반적으로 대통령 후보는 다른 당이 대선 후보를 지명하는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동안에는 낮은 자세를 유지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미국 정치의 전통을 따르지 않는 정치인이라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입증해왔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전당대회가 미국민들의 관심을 독점하는 것을 우려해 맞불 행사를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맨케이토의 공항에서 가진 대선 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미네소타주 맨케이토의 공항에서 가진 대선 유세에서 “극좌 세력의 꼭두각시들이 우리의 국경을 지우고, 우리의 경찰들을 없애고, 우리 아이들을 세뇌시키고, 우리의 영웅들을 비난하고, 우리의 에너지를 앗아가려는 시도를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바이든의 승리는 미국의 자유를 좌파 파시즘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는 “그들은 파시스트다. 전부는 아니고 그들의 일부는 파시스트다. 그들은 점점 (파시스트에) 다가가고 있다”면서 “우리는 반드시 이번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파시즘은 좌파가 아니라 극우 민주주의의 형태라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 경찰에 의해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던 미니애폴리스를 방문했다.

여기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니애폴리스 공항 활주로에서 유세를 갖고 “나는 여러분들을 도우러 왔다”면서 “우리는 법과 질서를 여러분의 지역사회에 다시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좌파의 경찰에 대한 전쟁을 고조시키는 것을 원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범법자와 범죄자들에 동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AP통신은 연설을 들은 150여명의 트럼프 지지자들 중 절반만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고 전했다.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미 전국으로 번졌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이드가 사망한 현장이나 추모 공간은 찾지 않았다.

플로이드는 백인 경찰의 무릎에 짓눌려 목숨을 잃은 흑인 남성으로 이 사건이 미 전역에 인종차별 반대 집회를 촉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현장 방문은 하지 않았다.

팀 월즈 미네소타주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 플로이드의 추모 공간을 방문해 선거 운동 배경으로 사용하려는 아이디어가 왜 정말로 나쁜 것인지 백악관에 설명하며 지난 주말을 보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대선 유세를 가진 위스콘신주 오시코시의 공항에 모인 트럼프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위스콘신주 오시코시도 들렀다. 위스콘신주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밀워키가 있는 주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사태를 고려해 밀워키를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위스콘신주를 콕 집어 방문한 것은 민주당이 사실상 위스콘신주를 버렸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의도라고 AP통신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방문한 미네소타주와 위스콘신주는 이번 대선에서도 접전지로 평가받는 주들이다. 위스콘신주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가 0.77% 포인트 차로 간신히 이겼다. 미네소타주는 트럼프가 1.52% 포인트 표차로 석패했던 지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20일까지 다른 주들을 방문할 계획이다. 18일에는 애리조나를 찾을 예정이며, 바이든이 민주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하는 20일엔 바이든이 태어난 주인 펜실베이니아주를 공략할 방침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