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광복절 연휴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인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300명을 넘어서며 전국에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방역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18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사랑제일교회에서는 12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낮 12시 기준으로 13∼17일 5명→19명→59명→249→319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국내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 중 두 번째로 많은 확진자 규모다. 국내 사례를 보면 신천지대구교회가 5214명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사랑제일교회 319명, 이태원 클럽 277명 등 순이다.
사랑제일교회의 교인이나 방문자의 규모가 큰 데다 밀집도 높은 활동을 했다는 점에서 방역 당국이 우려하고 있다. 당국은 정규예배뿐 아니라 교인들이 교회에서 숙식하는 등 다양한 활동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인들이 감염원에 여러 차례 노출되면서 광범위한 전파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높다.
실제 사랑제일교회 방문자 4000여명 가운데 2000여명에 대한 검사 결과 양성률이 16% 수준으로 꽤 높게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이 교회 전광훈 목사가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를 열었다는 점도 방역 당국이 급속한 감염 확산 가능성을 우려하는 이유다.
일단 집회에 참석한 전 목사가 확진된 상태다. 집회는 야외에서 진행됐지만 수많은 사람이 밀집한 상태에서 침방울이 튈 수 있는 행위인 구호를 외쳤다. 방역 당국은 집회에 참석한 교인들 사이에서 코로나19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참석자들에게 진단검사를 받을 것을 거듭 요청하고 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광복절 집회와 관련해 “상당히 밀집된 상태에서 밀접한 접촉이 있었고, 구호를 외치는 등 상당한 위험을 가진 모임”이라며 “집회에 참석한 분들 가운데 증상이 조금이라도 있는 분은 즉시 검사를 받아 달라”고 호소했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추이 등에 비춰 이 교회와 관련된 감염 전파 규모가 자칫 2∼3월 대구·경북 지역의 코로나19 대유행 상황과 비슷하게 수도권 대유행을 불러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미 교인들이 속한 집단이나 방문한 장소, 접촉자들을 통해 ‘n차 감염’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1∼2주가 고비라고 내다봤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사랑제일교회발(發) 집단감염은 이미 3차 전파까지 확인됐다. 확진자가 노출된 장소 가운데 콜센터, 방문요양센터, 요양병원, 어린이집, 학원 등이 있어 소규모 집단감염이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도 수도권에 한정되지 않고 전국 곳곳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전날 낮까지 대구, 충남, 경북, 대전, 강원 등 수도권 외 5개 시·도에서 확진자가 12명 나왔다. 교인들의 비협조적인 태도도 문제다. 포항에서는 3월부터 사랑제일교회에 거주하다 지난 13일 포항에 내려온 확진자가 확진 판정 후 도주했다가 4시간 만에 검거되기도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