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테니스 세계랭킹 31위인 니시코리 케이(31·일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며 US오픈에 출전하기 힘들어졌다. 올해 US오픈 남녀 단식엔 니시코리 외에도 최상위권 랭커들이 불참 선언을 이어가 정상적인 개최가 힘들어진 상태다.
17일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미국에 머물고 있는 니시코리는 같은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니시코리는 증상이 가벼운 상태고, 현재 자율 격리를 이어가고 있다.
니시코리는 지난해 10월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받은 이후 4대 메이저대회 중 하나인 US오픈 출전을 목표로 몸 상태를 끌어올려왔다. US오픈 직전인 오는 22일 미국 뉴욕에서 개막하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웨스턴 & 서던오픈에 출전해 컨디션을 점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으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오는 21일 연습 거점이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재검사를 받을 니시코리는 여기서도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올 경우 US오픈에 참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니시코리는 지난 1월 열린 또 다른 메이저대회 호주오픈에도 불참해야 했다. 2012 2015 2016 2019년 4번이나 호주오픈 8강에 오르고도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니시코리는 이후 준우승 1회(2014년) 4강 2회(2016·2018년)의 성적을 내는 등 가장 강한 모습을 보여 온 대회인 US오픈에 대비한 훈련 사진과 영상을 계속해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게시하는 등 복귀에 강한 열망을 보여왔지만, 뜻밖의 코로나19 탓에 또 다시 메이저대회 출전이 좌절될 위기에 처했다.
니시코리만의 예외적인 상황은 아니다. 코로나19 여파로 6월에서 9월로 대회를 미룬 US오픈은 현재 남녀 단식 공히 최상위권 랭커들의 불참 선언으로 인해 대회의 정상적 개최를 기대하기 힘든 상태다.
남자 단식에선 지난해 우승자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과 로저 페더러(4위·스위스) 등 ‘빅3’ 중 2명이 대회를 건너뛰기로 했다. 여기에 가엘 몽피스(9위·프랑스) 파비오 포니니(11위·이탈리아) 스탄 바브링카(17위·스위스) 닉 키리오스(40위·호주) 등 유수의 선수들도 US오픈에 각각 불참할 계획이다.
여자 단식은 더 심하다. 지난해 4강에 올랐던 선수 4명 가운데 3명이 불참한다. 지난해 우승자 비앙카 안드레스쿠(6위·캐나다)를 비롯해 4강에 올랐던 엘리나 스비톨리나(5위·우크라이나)와 벨린다 벤치치(8위·스위스)가 코로나19를 이유로 대회 불참을 선언했다. 4강에 올랐던 선수 중엔 지난해 준우승을 차지했던 세레나 윌리엄스(9위·미국)만이 출전 의사를 밝힌 상태다. 여기에 세계랭킹 1위 애슐리 바티(호주)와 키키 베르턴스(7위·네덜란드)도 US오픈 불참 계획을 밝혀 세계랭킹 8위 이내 선수 중 5명이 US오픈에 출전하지 않는다.
이미 무관중 개최 계획을 밝힌 US오픈엔 한국 선수 중 권순우(70위·CJ 후원)가 출전한다. 한국에서 훈련하던 권순우는 이미 지난 15일 미국으로 출국해 오는 22일 웨스턴 & 서던오픈에 이어 US오픈에 출전할 계획이다. 권순우를 지도하는 임규태 코치는 1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권순우가 어느 때보다 몸 상태가 좋다”며 우수한 성적을 기대케 했다.
정현(142위·제네시스 후원)은 하락한 랭킹 탓에 출전 자격이 있는 선수 중 불참자가 더 늘어날 경우에만 US오픈에 참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