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라인 황태자’ 최종건…파격일까, 무리수일까

입력 2020-08-18 06:30

최종건(46) 신임 외교부 1차관은 문재인정부 외교안보 라인에서 ‘황태자’로 통한다. ‘연정(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라인’의 막내 격인 최 차관은 청와대 비서관 시절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40대 젊은 나이인데다 비(非)외교관 출신인 그를 외교부 2인자인 1차관에 이례적으로 기용한 것도 문 대통령의 의중이 강력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에 대한 청와대의 통제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 차관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한 ‘정책공간 국민성장’에 참여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국가안보실 평화군비통제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최 차관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를 실무적으로 주도했고,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도 물밑으로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에는 평화기획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겨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미사일지침 개정 등 한·미동맹 사안을 다뤄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 차관은 3년 동안 청와대에서 일하면 문 대통령에게서 각별한 신뢰를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정부 외교안보 라인 실세로 평가받는 연정 라인 인사들 중에서도 최 차관만큼 고속 승진을 한 경우는 드물다. 특히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와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등 조언자 그룹에 속하는 다른 연정 라인 선배들과 달리 핵심 외교안보 당국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인사에 따라 외교부는 대북정책에 더욱 무게 중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 차관이 북한 비핵화 협상과 한·미 워킹그룹 등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소관 업무에 일부 관여할 가능성도 있다. 외교 소식통은 18일 “남북관계가 지난 6월 연락사무소 폭파로 위기를 맞은 상황”이라며 “최 차관이 대북정책은 물론 한·미동맹과 북·미 협상에 정통하면서 문 대통령의 생각도 잘 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교부를 향한 청와대와 여권의 불신이 작용했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청와대가 외교부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기 위해 최 차관을 내려 보냈다는 것이다. 그간 관가에서는 외교부가 친미 성향이라는 이유로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외교부와 미 국무부 간 채널인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관계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을 중심으로 불거지기도 했다.

최 차관의 기용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 차관 연배의 외교관들은 대부분 과장 또는 심의관이어서 직원들 사이에 사기 저하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정부 부처들 중에서 유달리 학벌과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부서로 잘 알려져 있다. 외부인 출신으로서 외교부 조직 특유의 문화에 정통하지 않은 그가 1차관 업무인 인사와 예산 문제를 잘 처리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최 차관이 문 대통령과 직접 통하는 ‘실세 차관’으로서 존재감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없지 않다. 한 소식통은 “최 차관은 청와대 시절 직속상관인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과 맞붙었을 정도로 성격이 만만치가 않다”며 “외교부 내 실세로서 조직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도 “최 차관은 성격이 걸걸하면서도 권위적이지 않고 부드러운 측면도 있다”며 “문 대통령과 잘 통하고 체력도 상당히 좋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