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일간 이어지며 역대 최장기록을 세운 장마가 끝났지만 뒤이어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지면서 농가에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장마 피해에 폭염까지 겹치면서 일소(햇빛 데임) 피해와 병해충이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탓이다. 이에 유통업계는 코로나19 이후 계속 부진을 겪고 있는 농가를 위해 할인전 등 소비 진작 행사를 마련했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장마, 폭염 등 연이은 악재로 농가들이 소비 부진을 겪고 있다. 특히 평년만큼 덥지 않았던 날씨에 긴 장마까지 겹쳐 당도가 떨어진 과일 농가의 시름이 컸다. 이마트에 따르면 장마가 이어졌던 지난 1~13일간 수입 오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9.3% 증가하고, 수입 망고와 수입 체리도 각각 39.4%, 33.1% 증가하는 등 수입과일의 매출이 늘었다.
반면 여름철 대표 국산 과일인 수박과 복숭아 매출은 같은 기간 각각 20%, 10% 감소했다. 장마에 따른 낙과나 침수로 제철 과일의 상품성 저하를 우려한 소비자들이 수입과일 구매를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과일은 당도가 핵심인데 비를 많이 맞아 당도가 떨어졌을 것”이라며 “긴 장마를 지나며 과일과 일부 채소들이 수분을 많이 머금은 상태인데, 장마 후 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오르고 병해충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퍼밀은 각 산지의 복숭아를 한데 모아 선보이는 ‘최애 복숭아’ 기획전을 9월 초까지 진행한다. 기획전에서는 경산 지역의 ‘천도복숭아’와 영천의 ‘딱딱이 복숭아’를 만나볼 수 있다. 퍼밀은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동충주 지역의 복숭아를 적극 판매해 최대한 농민들에게 소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영쇼핑은 8월에만 먹을 수 있는 제철과일인 아오리사과가 일조량 감소로 재배에 어려움을 겪자 이날 ‘수해지역 농가 돕기 특별방송’을 긴급 편성해 경북 청송 지역의 햇 아오리 사과를 판매하기도 했다.
홈플러스는 제주도 어민을 돕기 위해 오는 19일까지 ‘제주 갈치 할인전’을 진행하고 있다. 올 상반기 갈치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94.2% 증가한데 비해 코로나19와 긴 장마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자 어민들과의 상생을 위해 할인전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KGC인삼공사는 지난 13일 최대 300㎜에 가까운 집중호우로 인삼 해가림시설 손상과 인삼밭 침수 피해를 입은 충북, 강원, 경기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해당 지역 인삼을 ‘긴급구매’ 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은 강원도 내 전통시장 활성화와 우수 농·특산물 판로 확대를 위해 지난 14일 업무협약식을 진행하고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기로 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및 이상기후 현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 전통시장과의 협업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