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8·29 전당대회가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코로나19와 폭우 피해로 흥행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당 내부에서 차기 지도부 후보들의 비전과 논쟁이 실종됐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당내 소신파로 분류되는 조응천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서 “국민적 관심이 떨어지니 우리들만의 리그가 된다. 그러니 논쟁이 없다. 논쟁이 없으니 차별성이 없고 비전 경쟁을 할 이유가 없다”며 “분명히 비정상이다. 관심과 논쟁, 비전도 없는 3무(無) 전당대회”라고 작심 비판했다.
조 의원은 “몇몇 주류 성향의 유튜브, 팟캐스트에는 못 나가서 안달들”이라며 “이름만 가려놓으면 누구 주장인지 구분할 수도 없는 초록동색의 주장들만 넘쳐나고 있다”고 일갈했다. 당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친문재인계 당원들 표심을 얻기 위해 그들 입맛에 맞는 메시지만 내는 것에 대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조 의원은 민주당의 지지율 급락과 관련한 자성의 쓴소리도 내놨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우리 편과 저 편을 가르기 시작했고 이중 잣대로 가늠했다. 말로는 민생을 외치면서 몸은 과거사와 검찰에 집중하고 있었다”며 “국정철학의 주요 축인 평등과 공정, 정의의 가치는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거꾸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 이제라도 국민 눈높이, 국민 정서와 싱크로율을 높여야 한다”며 “총선에서 야당을 지지한 40% 넘는 국민의 뜻도 헤아리고, 절차적 민주주의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전당대회는 위기를 논하는 장이 돼야 한다”며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게 어렵다면 당대표·최고위원 후보들끼리라도 모여 끝장토론이라도 열어 달라.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새로운 지도부의 인식과 해법을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조 의원의 주장에 대해 최고위원 후보인 신동근 의원은 “3무 전당대회라는 지적에는 출마자로 큰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말로만 민생을 말하지 엉뚱한 일을 하고 있다’는 대표적인 보수 세력의 프레임으로, 우리 내부에서 작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번 전당대회는 역대급 흥행 부진을 기록하며 조용히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수해로 인해 연기된 호남·충청권 합동연설회는 지난 16일 청중 없이 여의도 당사에서 간소하게 치러졌다. 남은 합동연설회 일정은 경기(21일), 인천·서울(22일)뿐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나머지 일정도 최대한 간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안규백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돼 50명 이상 집합이 불가능하다”며 “서울과 수도권 일정도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다만 전당대회 연기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럴 가능성은 제로다. 어떤 형태로든 치러야 된다”고 선을 그었다. 안 위원장은 “당초 전당대회 참여 인원을 중앙위원 600명, 언론인까지 1000명으로 했다”며 “정부 시책에 맞지 않다면 50명이든 10명이든 온라인으로 선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림픽체조경기장 대신 다른 곳에서 전당대회가 열릴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가능성은 낮지만 여러 가지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했다. 전당대회준비위는 18일 회의를 열고 향후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